사업자대출 전에 가계부로 확인할 5가지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니 가게 운영비가 부족하다는 말도 두 가지로 들립니다. 이번 달에 재료를 먼저 사야 해서 돈이 잠깐 모자란 경우가 있고, 몇 달째 매출보다 지출이 많은 경우가 있거든요. 둘 다 통장 잔고는 비슷해 보여도 대출을 받은 뒤의 사정은 꽤 달라집니다. 사업자대출을 알아보기 전이라면 저는 금리표보다 지난 3개월의 입출금 내역을 먼저 펼쳐 봅니다.
1. 부족한 돈이 언제 들어오는지 적기
예를 들어 거래처 대금 600만 원이 다음 달 15일에 들어오는데 이번 주에 원재료비 4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날짜가 어긋난 상황입니다. 반면 매달 매출 700만 원에 임차료·인건비·재료비 등 지출이 760만 원이라면 60만 원씩 부족한 상태가 이어집니다. 뒤의 경우에는 대출금이 적자를 몇 달 미뤄 줄 수는 있어도 갚을 돈을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가계부처럼 사업 통장도 월별로 나눠 적으면 원인이 보입니다. 매출 입금일, 재료비 결제일, 카드대금과 세금 납부일을 표시하고 최소 3개월을 비교해 보세요. 계절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다면 지난해 같은 달도 함께 보는 편이 낫습니다. 필요한 금액도 ‘될 수 있으면 많이’가 아니라 실제 지급일 사이에 모자라는 금액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2. 매출 대신 갚고 남는 돈 보기
매출이 월 1,000만 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대출 상환이 어렵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료비 350만 원, 인건비 250만 원, 임차료와 관리비 150만 원, 세금 적립금 80만 원, 기존 대출 상환액 70만 원을 빼면 100만 원이 남습니다. 여기서 사장님의 생활비까지 나가야 한다면 새 대출을 갚을 여유는 훨씬 작아집니다. 이 수치는 설명을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특히 개인사업자는 사업 통장과 생활비 통장이 섞이기 쉽습니다. 사업 통장 잔고가 늘었다고 수익이 난 줄 알았는데 부가가치세 납부 전에 잠시 쌓인 돈일 수도 있지요. 저는 매달 매출에서 사업비, 세금으로 떼어 둘 돈, 기존 빚 상환액, 최소 생활비를 순서대로 뺍니다. 새 상환액을 넣은 뒤에도 재료비가 갑자기 늘어나는 달을 버틸 현금이 있는지까지 봐야 숫자가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3. 월 납입액과 총이자를 함께 비교하기
2,000만 원을 연 6%로 빌려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갚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3년 상환이면 매달 약 60만 8천 원을 내고 총이자는 약 190만 원입니다. 5년 상환이면 월 납입액은 약 38만 7천 원으로 줄지만 총이자는 약 320만 원이 됩니다. 계산을 단순화한 예시라 실제 납입액은 실행일, 금리 변동, 수수료와 약정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월 부담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기간을 길게 잡으면 총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월 납입액을 지나치게 높이면 매출이 흔들리는 달에 생활비나 다음 달 운영비를 당겨 쓰게 됩니다. 변동금리라면 금리가 오를 때 월 납입액이나 이자 부담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상품을 비교할 때는 금리뿐 아니라 보증료, 중도상환수수료, 거치기간이 끝난 뒤의 상환액을 같은 종이에 적어 두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4. 돈을 쓸 곳과 신청 조건 맞춰 보기
사업자대출이라는 이름 아래에도 운전자금, 시설자금 등 쓰임새가 다릅니다. 재고를 사는 돈인지, 장비를 바꾸는 돈인지, 밀린 카드값을 막는 돈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정책자금은 자금별 신청 요건과 제외 업종이 있고, 서민금융진흥원의 미소금융 운영자금도 대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심사를 거쳐 대출 여부가 정해집니다.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된다’는 식으로 예상하고 지출을 먼저 확정하는 일은 조심스럽습니다.
상담 전에는 사업자등록 정보, 최근 매출 자료, 세금 납부 내역, 기존 대출 잔액을 한데 모아 두면 좋습니다. 심사 결과와 실제 실행일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지급일이 임박한 비용도 따로 표시해 두고요. 대출 가능 금액보다 실제 필요한 금액과 돈이 들어오는 시점이 맞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5. 상환일을 가게와 집의 달력에 함께 넣기
사업에서 번 돈으로 갚는 대출이라도 상환이 어려워지면 집의 지출을 줄여 메우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상환일을 사업 달력에만 적지 않습니다. 월세, 보험료, 아이 교육비처럼 미루기 어려운 생활비와 같은 달력에 올려놓습니다. 매출이 평소보다 20% 줄어드는 달을 가정해도 납입일에 돈이 남는지 확인하면, 평소 매출만 보고 판단할 때 놓치던 부분이 보입니다.
사업자대출이 늘 부담스러운 선택인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재고를 제때 확보해 매출을 이어 주기도 하지요. 다만 빌린 돈이 들어온 날의 잔고보다, 그 뒤 매달 얼마가 빠져나가고 얼마가 남는지가 더 오래 영향을 줍니다. 가게의 숫자와 집의 숫자를 함께 적어 본 뒤에 결정하는 편이 마음도 덜 급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