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개인연금 고르기 전 확인할 4가지

가계부를 10년 넘게 쓰다 보니 연금도 결국 매달 낼 돈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는 지인이 ‘비과세개인연금이면 세금을 전혀 안 내는 거지?’라고 물었어요. 이름은 간단해 보여도 어떤 상품인지에 따라 세금 혜택을 받는 시점이 다릅니다. 월 납입액을 정하기 전에 상품명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 비과세라는 말이 붙은 상품부터 구분하기
흔히 비과세개인연금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개 연금보험입니다. 정해진 요건을 채우면 보험금을 받을 때 발생한 보험차익, 즉 받은 돈에서 낸 보험료를 뺀 이익에 세금이 붙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납입할 때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는 방식은 아닙니다.
반면 연금저축은 납입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계좌입니다. 연금으로 받을 때에는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과 운용수익 등에 세금이 적용될 수 있어요. 이름에 ‘보험’이 들어간 연금저축보험도 이쪽입니다. 연금보험과 연금저축보험은 이름이 비슷하지만 세금을 다루는 방식이 다릅니다.
예전에 가입한 개인연금저축도 따로 봐야 합니다. 2000년 12월 31일 이전에 가입한 계약에는 별도의 세제 규칙이 적용됩니다. 국세청 안내상 해당 개인연금저축은 납입액의 40%를 연 72만 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오래된 계약이 있다면 새 상품의 기준을 그대로 대입하지 말고 가입일과 계약 종류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2. 연금보험의 10년은 달력에만 표시할 숫자가 아니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은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에 대한 비과세 요건을 계약 형태별로 정합니다. 2017년 4월 1일 이후 체결한 일반적인 목돈형 계약은 계약자 한 명이 가입한 해당 유형의 보험료 합계가 1억 원 이하이고, 최초 납입일부터 만기나 중도해지까지 10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계약 하나에 1억 원씩 넣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월적립식은 조건이 더 있습니다. 최초 납입일부터 5년 이상 납입하고, 매달 내는 기본보험료가 일정해야 하며, 선납기간은 6개월 이내여야 합니다. 2017년 4월 1일 이후 계약이라면 계약자 한 명이 가입한 월적립식 보험의 월 보험료 합계도 150만 원 이하여야 해요. 추가 납입이나 다른 보험 계약까지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계약 형태와 가입 시기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달라질 수 있으니, 내 계약의 비과세 요건은 보험사에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또 ‘10년 유지’라는 문구만 보고 연금을 일찍 받는 계획을 세우면 곤란할 수 있습니다. 목돈형 계약에는 최초 납입 후 10년이 지나기 전에 확정된 기간으로 나눠 받는 경우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수령 시작 시점까지 계약 내용에 맞춰 봐야 합니다.
3. 세금보다 먼저 해지환급금을 계산하기
월 30만 원을 10년 내면 납입한 돈만 3,600만 원입니다. 가계부에서 30만 원은 작지 않아요. 보험료가 밀리거나 급전이 필요해 중간에 해지하면 비과세 요건을 채우지 못할 수 있고, 해지환급금이 납입액보다 적을 수도 있습니다. 상품에 따라 사업비와 적용이율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입을 고민할 때 ‘10년 뒤 얼마를 받나’보다 ‘3년 뒤 차 수리비가 생겨도 계속 낼 수 있나’를 먼저 적어 봅니다. 예를 들어 매달 남는 돈이 35만 원인 집에서 30만 원을 보험료로 묶으면, 예상 밖의 지출을 감당할 여유가 5만 원뿐입니다. 비과세 혜택이 있어도 생활비가 흔들려 일찍 해지한다면 계획이 어긋나지요.
보험사에서 받은 예시표를 볼 때에는 예상 연금액과 함께 납입 3년·5년·10년 시점의 해지환급금도 확인합니다. 예상 수익이 어떤 이율을 가정했는지, 사업비가 반영됐는지도 묻고요. 비과세 여부와 실제 손에 남는 돈은 서로 다른 숫자입니다.
4. 가계부에는 오래 낼 수 있는 금액만 올리기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 가까운 시일 안에 쓸 돈, 비상자금을 먼저 나눕니다. 그다음에도 꾸준히 남는 금액이 연금에 넣을 후보입니다. 한 달만 아껴 만든 20만 원보다 여름 휴가비와 명절 지출까지 넣어 계산한 10만 원이 오래 갈 때가 많았습니다.
가령 1년에 비정기 지출이 120만 원이라면 매달 10만 원씩 따로 모아야 합니다. 이 돈을 빼놓은 뒤에야 연금보험료 15만 원이 편한지, 5만 원이 편한지 보입니다. 연말정산 혜택이 당장 필요한 사람이라면 연금저축과도 비교해 볼 만합니다. 국세청 안내에 따르면 연금저축의 세액공제 대상 납입한도는 연 600만 원이고, 퇴직연금계좌까지 합치면 연 900만 원입니다. 다만 공제받을 세금이 얼마나 있는지와 나중에 받는 방식까지 함께 따져야 합니다.
비과세개인연금에서 제가 가장 믿는 숫자는 광고 속 예상 연금액보다 가계부의 월말 잔액입니다. 오래 유지할 여유가 있는 계약이어야 세금 혜택도 내 생활에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