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카드 고를 때 가계부로 따질 4가지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니 카드 혜택보다 먼저 보게 되는 숫자가 생겼습니다. 한 달에 실제로 어디에 얼마를 쓰는지예요. 마일리지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고르면 연회비는 빠져나가는데 마일리지는 생각보다 천천히 쌓일 수 있습니다.
1. 카드 사용액보다 적립되는 금액을 본다
한 달 카드값이 80만 원이라고 해서 80만 원 전부에 마일리지가 붙는 것은 아닙니다. 카드에 따라 세금, 공과금, 아파트관리비, 상품권 구매액 등이 적립에서 빠집니다. 전월 실적을 채운 금액과 마일리지가 쌓이는 금액도 서로 다를 수 있고요. 카드 상품 안내에 적힌 두 조건을 따로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월 카드값 80만 원 가운데 적립 대상이 60만 원이고, 적립률이 1천 원당 1마일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단순 계산으로 한 달 600마일, 1년이면 7,200마일입니다. 같은 80만 원을 쓰더라도 적립 제외 항목이 많으면 숫자는 더 작아집니다. 저는 새 카드를 볼 때 최근 가계부 3개월치를 펼쳐 놓고 생활비 항목마다 적립 가능 여부를 표시합니다. 상품 안내의 큰 글씨보다 이 표시가 훨씬 쓸모 있더라고요.
2. 연회비를 빼고 비교한다
마일리지는 현금처럼 가치가 딱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비교할 때는 내가 실제로 사용할 항공권을 기준으로 임시 가치를 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1마일을 10원으로 쓸 수 있다고 가정하면, 앞서 계산한 연 7,200마일은 7만 2천 원어치입니다. 연회비가 1만 5천 원이면 단순 계산상 남는 가치는 5만 7천 원입니다.
여기서 끝내면 비교가 조금 아쉽습니다. 같은 연간 적립 대상 지출 720만 원에 연회비 없는 1% 캐시백 카드가 적용된다면 현금 혜택은 7만 2천 원입니다. 이 가정에서는 마일리지카드가 더 유리해지려면 1마일을 약 12.1원보다 높은 가치로 써야 합니다. 두 카드의 적립 대상과 한도까지 같다고 놓은 예시이니, 실제 선택에서는 각 카드 조건으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3. 쓸 수 있는 여행이 있는지 확인한다
마일리지는 쌓이는 순간보다 쓰는 순간에 가치가 정해집니다. 원하는 날짜에 보너스 항공권 좌석이 있는지, 필요한 마일리지가 얼마인지, 별도로 내야 할 세금과 수수료는 얼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표값 전액을 마일리지로 아낀다고 생각했다가 현금 지출이 남아 당황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가계부에는 ‘언젠가 여행’보다 조금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2년 안에 가족 여행을 갈 생각이 있고 필요한 마일리지와 현재 잔액을 알고 있다면, 매달 쌓이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행 일정이 불확실하고 좌석을 맞춰 예약하기 어렵다면, 매달 바로 확인되는 할인이나 캐시백이 생활비 관리에는 편할 수 있습니다. 유효기간과 항공사 사용 조건도 발급 전에 함께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4. 실적을 채우려고 지출을 늘리지 않는다
가계부에서 가장 조심할 숫자는 ‘혜택을 받으려면 앞으로 얼마를 더 써야 하나’입니다. 전월 실적까지 5만 원이 부족하다고 예정에 없던 물건을 사면, 그달 마일리지보다 지출이 훨씬 커집니다. 평소 식비와 교통비처럼 이미 쓰던 돈으로 실적을 채울 수 있을 때 혜택이 생활비를 돕습니다.
저는 카드를 바꾸기 전에 최근 3개월의 적립 대상 지출, 예상 연간 마일리지, 연회비를 한 줄씩 적어 봅니다. 그리고 지금 쓰는 카드의 실제 할인액과 나란히 놓습니다. 마일리지카드는 비행기를 탈 계획이 분명하고 기존 소비만으로 충분히 쌓일 때 매력적입니다. 여행을 위해 돈을 모으는 과정이라면 카드 혜택도 그 계획 안에서 조용히 보탬이 되는 정도가 마음 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