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확인할 5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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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확인할 5가지 숫자

1. 대출 가능액보다 매달 빠져나갈 돈을 먼저 본다

얼마 전 가계부 상담을 하다가 전세대출 한도는 충분한데 매달 남는 돈이 거의 없는 집을 봤다. 은행 앱에서는 가능하다고 나오는데, 실제 생활비 표를 펼쳐보니 사정이 달랐다. 대출 이자 42만 원, 관리비 18만 원, 통신비 13만 원, 보험료 21만 원이 고정으로 빠지고 나니 월급날 이후 5일 만에 카드값 걱정이 시작되는 구조였다.

전세대출은 목돈 부담을 줄여주지만, 매달 이자가 생활비처럼 붙는다. 그래서 저는 한도를 먼저 보지 않고 월 현금흐름을 먼저 본다. 예를 들어 세후 월소득이 320만 원인 집이라면 주거 관련 비용이 80만 원을 넘는 순간부터 다른 지출이 꽤 빡빡해진다. 여기에 교통비, 식비, 부모님 용돈, 병원비까지 들어오면 여유가 생각보다 빨리 사라진다.

가계부에서는 전세대출을 ‘빚’으로만 보지 말고 ‘매달 고정지출’로 넣어야 한다. 그래야 실제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의 크기가 보인다.

2. 보증금이 커질수록 안전하다는 착각을 조심한다

전세는 월세보다 낫다는 말이 익숙하다. 저도 한때는 무조건 전세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년 넘게 가계부를 쓰면서 보니, 보증금이 커질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게 아니라 돈이 한곳에 너무 많이 묶이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 5천만 원짜리 집에 들어가면서 전세대출 1억 8천만 원을 받는다고 해보자. 이자가 월 50만 원 안팎으로 잡힌다면 월세 60만 원짜리 집과 체감상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집 상태, 지역,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전세니까 무조건 절약’이라고 보기에는 계산할 게 많다.

제가 보는 기준은 단순하다. 전세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합친 금액이 비슷한 지역의 월세보다 얼마나 낮은지 비교한다. 차이가 월 10만 원이라면 2년 동안 240만 원이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사비와 중개보수, 대출 관련 비용까지 넣으면 생각보다 남는 게 줄어든다.

  • 전세대출 이자: 월 얼마인지
  • 관리비: 계절별로 얼마나 달라지는지
  • 중개보수와 이사비: 한 번에 얼마나 나가는지
  • 계약 만기 때 필요한 여유자금: 최소 얼마를 남길지

3. 금리가 1%p 오르면 내 가계부는 얼마나 흔들릴까

전세대출을 볼 때 가장 쉽게 놓치는 숫자가 금리 변화다. 처음 대출받을 때 월 이자가 35만 원이면 그 숫자가 2년 내내 그대로일 것처럼 느껴진다. 근데 변동금리거나 갱신 시점이 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대출금 1억 5천만 원 기준으로 금리가 1%p 오르면 1년에 이자가 약 150만 원 늘어난다. 월로 나누면 12만 5천 원 정도다. 커피 몇 잔 줄이는 수준이 아니다. 가족 외식 한 번, 아이 학원비 일부, 한 달 장보기 예산의 꽤 큰 조각이 움직인다.

그래서 저는 전세대출을 계산할 때 현재 이자만 적지 않는다. 가계부 옆칸에 ‘금리 1%p 상승 시’ 숫자를 같이 적는다. 지금 월 40만 원이면 52만 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식이다. 그 상태에서도 저축이 이어지는지 확인하면 마음이 훨씬 현실적으로 잡힌다.

4. 전세대출 전에는 비상금부터 따로 떼어둔다

전세 계약을 앞두면 이상하게 돈이 줄줄 나간다. 계약금, 잔금, 이사비, 청소비, 커튼, 조명, 수납장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작은 돈 같아도 합치면 200만 원, 300만 원은 금방이다.

문제는 이때 비상금까지 보증금에 밀어 넣는 경우다. 잔고가 텅 빈 상태에서 새집에 들어가면 첫 달부터 카드값으로 버티게 된다. 저는 최소 3개월치 필수 생활비는 남기라고 말한다. 월 필수지출이 220만 원이면 660만 원 정도다. 어렵다면 1개월치라도 따로 빼두는 게 낫다.

전세대출을 조금 더 받더라도 비상금을 남기는 편이 더 안정적인 경우가 있다. 물론 이자가 붙으니 무조건 많이 빌리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잔고 0원으로 시작하는 전세살이는 생각보다 피곤하다. 고장 난 세탁기, 병원비, 갑작스러운 경조사비가 한 번만 와도 생활 리듬이 무너진다.

5. 계약 전 가계부에 2년짜리 시뮬레이션을 만든다

제가 실제로 쓰는 방식은 복잡하지 않다. 종이든 엑셀이든 상관없다. 전세 계약 기간인 24개월을 펼쳐놓고 월급, 대출 이자, 관리비, 평균 생활비, 저축액을 적는다. 숫자가 빽빽해 보이지만 20분이면 대략 나온다.

예시로 보는 월 350만 원 가계

  • 세후 소득: 350만 원
  • 전세대출 이자: 45만 원
  • 관리비와 공과금: 25만 원
  • 식비와 생활비: 110만 원
  • 보험, 통신, 교통: 55만 원
  • 경조사와 병원비 평균: 20만 원
  • 남는 돈: 95만 원

겉으로 보면 괜찮아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자동차 보험료, 명절비, 휴가비, 가전 교체비를 월평균으로 나눠 넣으면 남는 돈이 50만 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 이 숫자가 불안하면 집을 낮추거나,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입주 후 3개월 동안 소비를 조정하는 계획이 필요하다.

저는 전세대출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잘 쓰면 주거비를 안정시키는 도구가 된다. 다만 은행 한도는 은행의 계산이고, 내 가계부는 내 생활의 계산이다. 두 숫자가 다를 때는 가계부 쪽을 더 믿는 편이 오래 간다.

전세대출은 큰 결정처럼 보이지만 결국 매달의 작은 숫자로 돌아온다. 월 이자 5만 원 차이, 관리비 7만 원 차이, 이사 후 늘어난 교통비 10만 원 차이가 2년 뒤 잔고를 바꾼다. 집을 고를 때 마음에 드는 창문과 동네 분위기도 중요하지만, 그 집에 살면서도 저축이 끊기지 않는지가 제일 현실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전세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확인할 5가지 숫자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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