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서 4대보험 덜 헷갈리는 4가지 계산법

얼마 전 가계부를 보다가 같은 월급을 받는 지인 둘의 실수령액이 꽤 다르다는 걸 봤습니다. 한 명은 상여가 있는 달이었고, 다른 한 명은 부양가족 등록을 늦게 해서 건강보험 정산이 붙어 있었어요. 월급명세서에서 4대보험은 늘 조용히 빠져나가지만, 막상 숫자로 보면 한 달 식비나 통신비만큼 체감이 큽니다.
4대보험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말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보통 회사와 근로자가 나누어 부담하고,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회사가 냅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계부에 적어야 할 건 ‘세전 월급’보다 ‘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고, 그 차이를 만드는 큰 항목 중 하나가 4대보험입니다.
1. 월급 300만 원이면 얼마나 빠질까
가장 감이 잘 오는 방식은 예시를 잡아보는 겁니다. 월 보수 300만 원인 직장인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근로자 부담 국민연금은 4.5%라서 13만 5천 원입니다. 건강보험은 3.545%를 적용하면 약 10만 6,350원이고,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의 12.95%라서 약 1만 3,770원 정도 붙습니다. 고용보험은 근로자 부담 0.9%로 2만 7천 원입니다.
이렇게 더하면 대략 28만 2천 원 안팎입니다. 여기에 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따로 빠지니, 세전 300만 원이 통장에 그대로 들어오지 않는 건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이 차이를 ‘사라진 돈’으로 보면 계속 억울하고, ‘처음부터 없는 돈’으로 잡으면 예산이 훨씬 편해집니다.
2. 4대보험 각각의 성격은 다르다
이름은 묶여 있지만 돈의 성격은 다릅니다.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을 위한 장기 저축에 가깝고, 건강보험은 병원비 부담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출산전후급여, 육아휴직급여 같은 안전망과 연결되고, 산재보험은 일하다 다쳤을 때를 대비하는 보험입니다.
-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을 바탕으로 계산되며 근로자와 회사가 반씩 부담합니다.
- 건강보험: 보수월액 기준으로 계산되고 장기요양보험료가 추가로 붙습니다.
- 고용보험: 실업급여 부분은 근로자와 회사가 나누어 부담합니다.
- 산재보험: 업종별 요율이 다르고 일반 근로자는 급여에서 직접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계부 관점에서는 ‘어떤 항목이 아깝다’보다 ‘내 고정 공제액이 매달 얼마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고정 공제액을 알아야 생활비 예산을 현실적으로 잡을 수 있거든요.
3. 실수령액이 달라지는 3가지 순간
상여금이나 인센티브가 들어오는 달
상여금이 들어오면 그달 통장은 잠깐 넉넉해 보입니다. 그런데 4대보험과 세금도 같이 움직일 수 있어서 생각보다 남는 돈이 적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상여가 들어온 달에는 전체 금액을 생활비로 풀지 않고, 먼저 예상 공제와 다음 달 카드값을 빼고 봅니다. 그래야 ‘이번 달 많이 벌었으니 조금 써도 되겠지’라는 착시가 줄어듭니다.
건강보험 정산이 붙는 4월 전후
직장인 월급명세서에서 은근히 놀라는 달이 건강보험 연말정산이 반영되는 시기입니다. 전년도 보수가 예상보다 많았다면 추가로 내고, 적었다면 돌려받기도 합니다. 몇 만 원 차이면 괜찮지만, 성과급이 컸던 해에는 1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봤습니다. 이 돈은 소비 습관 문제가 아니라 제도상 정산이니,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직하거나 휴직한 뒤 첫 월급
이직 첫 달, 복직 첫 달에는 급여 산정 기간이 애매해서 실수령액이 평소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무급휴직, 육아휴직, 중도입사처럼 근무일수가 달라지는 달에는 보험료와 세금이 깔끔하게 평소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이럴 때 가계부에서 전월 대비만 보고 ‘이번 달 왜 이렇게 썼지’라고 판단하면 숫자를 잘못 읽게 됩니다.
4. 가계부에는 이렇게 적는 게 편하다
저는 월급을 적을 때 세전 금액보다 실수령액을 먼저 씁니다. 그리고 별도 메모에 4대보험 총액, 세금 총액, 특이사항만 남깁니다. 예를 들면 ‘6월 급여 2,718,000원 입금, 4대보험 약 282,000원, 건강보험 정산 없음’ 이런 식입니다. 너무 자세히 쪼개면 오래 못 갑니다.
다만 처음 한두 달은 월급명세서를 보면서 항목별 금액을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 고용보험을 나눠 적어보면 내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지는 고정비가 보입니다. 통신비 8만 원, 구독료 3만 원은 잘 보이는데 4대보험 20만~30만 원대는 흐릿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 예산은 세전 월급이 아니라 실수령액 기준으로 잡기
- 월급명세서는 최소 3개월치 보관하기
- 상여금 달에는 추가 소비 예산을 바로 늘리지 않기
- 4월 전후 건강보험 정산 금액은 별도 메모하기
5. 절약보다 먼저 할 일은 내 기준 만들기
4대보험은 줄이고 싶다고 마음대로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항목을 보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내 월급의 실제 출발선을 확인하는 용도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세전 3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300만 원짜리 생활을 계획하면 매달 부족하고, 실수령액 260만~270만 원대를 기준으로 잡으면 선택지가 훨씬 또렷해집니다.
가계부를 오래 써보니 돈 관리는 대단한 결심보다 기준선을 정확히 잡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4대보험은 내 손에 들어오기 전 빠지는 돈이지만, 그 숫자를 알고 나면 월세, 식비, 보험료, 저축액을 훨씬 덜 감정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월급명세서를 한 번 제대로 읽는 것만으로도 다음 달 예산이 조금은 덜 흔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