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환전 전에 계산할 4가지 돈

여행 가계부를 다시 펼쳐보면, 환율보다 눈에 띄는 건 귀국 후 지갑에 남은 지폐다. 베트남 여행에서도 그랬다. 현금이 모자랄까 걱정해 넉넉히 바꿨는데, 마지막 날 남은 동을 쓰려고 계획에 없던 간식을 샀다. 그 뒤로 베트남환전 금액은 여행 경비 전체가 아니라 현금으로 낼 돈부터 계산한다.
1. 여행 경비에서 현금 쓸 몫만 떼어낸다
베트남의 통화는 동(VND)이다. 베트남 관광청 안내처럼 길거리 음식이나 작은 가게에서는 현금이 쓰이고, 호텔과 규모가 있는 식당 등에서는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도 많다. 다만 같은 도시라도 가게마다 결제 방법은 다르다. 예약한 숙소가 이미 결제됐는지, 현지 투어 잔금을 현금으로 내야 하는지부터 확인하면 필요한 현금이 훨씬 또렷해진다.
예를 들어 4박 5일 동안 식사와 간식에 하루 15만 동, 현금으로 낼 교통비에 하루 10만 동을 잡았다고 하자. 5일치가 125만 동이다. 여기에 시장 구경이나 예상 밖의 지출로 35만 동을 더하면 현금 예산은 160만 동이 된다. 이 숫자는 누구에게나 맞는 권장 금액이 아니라, 자기 일정에 숫자를 붙이는 방법이다. 카드로 낼 식사까지 현금 예산에 두 번 넣지 않는 게 포인트다.
2. 환전 금액은 처음 쓸 돈과 나중에 쓸 돈으로 나눈다
도착 직후에는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고, 물을 사거나 간단히 식사할 수 있다. 이때 쓸 현금을 먼저 준비하고 나머지는 일정을 보며 마련하면 잔돈이 남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위 사례라면 160만 동을 한꺼번에 바꾸는 대신, 첫날과 다음 날 쓸 금액을 따로 계산하는 식이다. 늦은 밤 도착하거나 지방으로 바로 이동한다면 첫 현금 몫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현지에서 추가로 환전하거나 ATM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이동 동선도 함께 봐야 한다. 베트남 관광청은 주요 공항과 도시에서 환전소와 ATM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래도 숙소 주변에서 언제든 원하는 조건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 날 현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남은 일정의 현금 지출을 전날 밤 한 번 확인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3. 환율보다 실제로 받는 동을 비교한다
환전 화면의 숫자는 단위가 달라 헷갈리기 쉽다. 비교할 때는 같은 원화를 냈을 때 최종적으로 몇 동을 받는지 적어두면 된다. 수수료가 별도로 붙는다면 그것까지 포함한 금액을 본다. 원화에서 동으로 바로 바꾸는 방법과 다른 통화를 거쳐 바꾸는 방법도 중간 환전 비용까지 합쳐 비교해야 한다. 환율 우대 문구가 커 보여도 손에 들어오는 동이 적으면 내 여행 예산에는 유리하지 않다.
감각을 잡는 데는 가상의 환율로 연습해볼 수 있다. 1,000동이 55원이라고 가정하면 10만 동은 5,500원, 100만 동은 5만 5,000원이다. 실제 환율을 뜻하는 숫자는 아니니 출발 전 적용 환율로 다시 계산해야 한다. 현지 가격표에서 0이 많아 순간적으로 큰돈처럼 느껴질 때, 이런 기준 하나가 충동구매를 잠깐 멈춰준다.
4. 카드와 ATM에서는 화면의 수수료를 확인한다
카드 결제나 ATM 인출 화면에 원화와 동 중 결제 통화를 고르는 선택지가 나올 수 있다. 비자는 원화로 즉시 환산하는 방식에 별도의 환율과 추가 비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익숙한 원화 표시만 보고 누르기보다 적용 환율과 수수료를 확인하고, 보통은 현지 통화인 동으로 결제하는 쪽을 비교해보는 게 좋다. 카드 자체의 해외 이용 수수료도 따로 확인해야 실제 비용이 보인다.
ATM도 인출할 때마다 현지 기기 수수료가 붙을 수 있다. 가령 한 번에 6만 동이 드는 기기라면 두 번 찾을 때 12만 동이다. 그렇다고 여행 내내 쓸 현금을 한 번에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 수수료와 보관 부담을 함께 보고 인출 횟수를 정하면 된다. 카드를 두 장 가져간다면 한곳에 몰아두지 않는 것도 작은 대비다.
내 여행 가계부에는 환전한 날의 환율보다 현금이 어디에 쓰였는지가 오래 남는다. 커피 한 잔을 아끼려고 여행 온 건 아니니까, 쓰고 싶은 곳에는 편하게 쓴다. 대신 처음부터 현금 몫을 계산해두면 남은 동을 털기 위한 소비도, 부족해서 서두르는 순간도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