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보증금대출 전에 따져볼 5가지 숫자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니 이사할 때 가장 자주 놓치는 돈은 월세보다 첫 달에 한꺼번에 나가는 돈이었습니다. 월세보증금대출 한도를 먼저 찾기보다, 계약금부터 입주 뒤 생활비까지 숫자를 적어보면 선택이 한결 차분해집니다. 제가 집을 비교할 때 확인하는 다섯 가지 숫자를 적어볼게요.
1. 입주일까지 내 통장에서 나갈 돈
보증금 2,000만 원인 집에서 1,500만 원을 빌린다면 내 돈은 500만 원만 있으면 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계약할 때 먼저 내는 계약금, 중개보수, 이사비, 첫 달 월세와 관리비는 각각 나가는 날짜가 다릅니다. 대출금이 언제 누구에게 지급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내 돈으로 채워야 할 보증금이 500만 원이고, 중개보수와 이사비로 80만 원, 첫 달 주거비로 70만 원이 든다면 입주 무렵 필요한 현금은 650만 원입니다. 통장에 650만 원이 있다고 전부 써도 되는 건 아닙니다. 이사 뒤 예상치 못한 수리나 생활비를 낼 돈까지 별도로 남겨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대출 가능 금액과 지금 손에 있어야 하는 현금은 다른 숫자입니다.
2. 월세에 이자를 더한 실제 주거비
보증금 대출 이자는 보통 대출잔액에 연이율을 곱하고 12로 나눠 월평균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500만 원을 연 4%로 빌린다는 가정이면 한 달 이자는 약 5만 원입니다. 월세 60만 원, 관리비 8만 원인 집은 가계부에 매달 약 73만 원이 찍히는 셈이지요. 실제 이자는 납부일과 일수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기·가스·수도요금이 관리비에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월세가 같은 두 집도 관리비 항목에 따라 한 달에 몇만 원씩 차이가 납니다. 3만 원 차이라면 1년에는 36만 원입니다. 저는 집을 볼 때 광고에 적힌 월세 옆에 이자와 관리비를 함께 써둡니다. 그래야 내 월급에서 실제로 빠져나갈 금액이 보입니다.
3. 보증금을 올렸을 때 줄어드는 월세
보증금이 높은 집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8만 원인 집과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58만 원인 집을 비교해볼까요. 추가 보증금 2,000만 원을 전부 연 4%에 빌린다고 가정하면 이자가 월평균 약 6만 7,000원 늘어납니다. 대신 월세는 10만 원 줄어 한 달 주거비가 약 3만 3,000원 낮아집니다.
하지만 이 계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두 집의 관리비와 위치, 수리 상태가 비슷해야 하고, 추가 대출 2,000만 원을 실제로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사할 때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매달 조금 아끼자고 현금을 거의 다 묶어두면 다음 이사 때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월세 절감액과 이자 차이, 남는 현금을 함께 봐야 합니다.
4. 상품 조건과 계약서에서 확인할 숫자
월세보증금대출은 하나의 상품 이름이 아닙니다. 주택도시기금의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처럼 보증금과 월세금을 함께 다루는 상품도 있고, 은행마다 심사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주택도시기금 안내에서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은 만 19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 단독 세대주 또는 예비 세대주를 대상으로 설명합니다. 나이만 맞으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소득과 자산, 무주택 여부, 집의 보증금과 면적, 기존 대출 등이 함께 검토됩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보증금, 월세, 면적, 잔금일을 적어 취급 은행에 먼저 물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상담에서 들은 최대한도는 실제 승인액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는 등기사항증명서의 소유자와 근저당 등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계약 상대방이 소유자인지도 대조하세요. 대출이 나오지 않을 때 계약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계약 전에 중개사와 임대인에게 확인해 문구로 남겨두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만기 때 갚아야 할 원금
매달 이자만 내는 방식이라면 가계부의 월 지출은 가벼워 보입니다. 하지만 빌린 1,500만 원은 사라진 돈이 아닙니다. 계약이 끝날 때 보증금을 돌려받아 갚는 흐름인지, 연장이 가능한지, 연장할 때 조건이 달라지는지를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 반환이 늦어질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만기일은 달력에 표시해둘 숫자입니다.
저라면 대출 이자와 별개로 다음 이사를 위한 돈을 매달 조금씩 모읍니다. 월 10만 원씩 2년이면 240만 원입니다. 보증금을 모두 저축으로 대신할 수는 없어도, 이사비와 새 계약금 때문에 급하게 빚을 더 내는 상황은 줄일 수 있습니다. 집을 고를 때 가장 싼 월세만 찾기보다 입주일의 현금, 매달 빠지는 돈, 만기 때 돌아올 돈이 서로 맞물리는지 보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