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담보대출 전 확인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가계부를 함께 보던 분이 전세보증금 2억 원이 있으니 급한 돈 5천만 원쯤은 빌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보증금이 크면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전세대출과 매달 갚을 돈을 빼고 봐야 합니다. 전세보증금담보대출은 지금 쓰는 집을 담보로 잡는 게 아니라, 나중에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담보로 삼는 대출입니다.
1. 보증금에서 이미 빌린 돈을 먼저 빼기
보증금이 2억 원이고 기존 전세자금대출이 1억 원이라면, 보증금 2억 원 전체를 다시 대출 여력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기존 대출이 보증금 반환채권에 어떤 권리를 설정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반환채권을 담보로 쓰는 새 대출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인지는 금융회사의 심사에 달려 있습니다.
신협의 임차보증금 담보대출 상품에는 월세가 없을 때 보증금의 80% 이내라는 한도가 안내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보증금 2억 원에 80%를 곱한 1억 6천만 원을 곧바로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존 대출, 담보권 설정, 신용 상태와 영업점 심사 결과에 따라 실제 한도는 달라집니다. 가계부에는 광고 속 최대 한도 대신 상담 후 확인한 금액을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2. 월 이자를 생활비와 나란히 놓기
5천만 원을 연 6%로 빌리고 매달 이자만 낸다고 가정하면, 월 이자는 단순 계산으로 약 25만 원입니다. 연 8%라면 약 33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금리 2%포인트 차이가 한 달 생활비를 약 8만 원씩 바꾸는 셈입니다. 실제 이자는 적용 금리와 일수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 숫자는 비교용 예시입니다.
월 소득 400만 원인 집에서 고정비와 생활비로 315만 원, 저축으로 50만 원을 쓰고 있었다면 남는 돈은 35만 원입니다. 여기에 이자 25만 원이 들어오면 여유가 1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자동차 보험료나 경조사비처럼 매달 나오지 않는 지출까지 생각하면 빠듯할 수 있죠. 저는 이런 계산을 할 때 저축을 무조건 없애기보다, 이자를 내고도 비상금이 남는지 먼저 봅니다.
3. 이자만 내는 기간과 원금 갚는 날 구분하기
매달 25만 원을 낼 수 있다는 것과 만기에 5천만 원을 갚을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만기일시상환 방식이라면 대출 기간에는 이자를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습니다. 위의 5천만 원, 연 6% 예시를 2년간 단순 계산하면 이자만 약 600만 원입니다. 그 뒤에도 원금 5천만 원은 남습니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보증금으로 갚겠다는 계획도 반환 날짜가 맞아야 성립합니다. 보증금에 질권이 설정되거나 반환채권이 양도된 경우, 집주인이 대출 상환액을 금융회사에 직접 돌려줘야 할 수 있습니다. 전세 계약을 갱신해도 대출이 자동으로 연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iM뱅크의 전세자금대출 상품설명서도 별도 연장 절차와 만기 상환 흐름을 안내합니다. 계약 만료일, 대출 만기일, 다음 집 잔금일을 한 줄에 적어두면 돈이 비는 시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4. 수수료와 보증 가입 여부 확인하기
금리만 보고 고르면 예상보다 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 상품이라면 보증금을 일찍 돌려받아 대출을 갚을 때 비용이 붙을 수 있고, 대출금액에 따라 인지세도 생길 수 있습니다. 5천만 원을 빌릴 때 금리가 1%포인트 낮으면 연 이자 차이는 단순 계산으로 50만 원입니다. 대신 수수료가 붙는다면 실제 보유 기간을 기준으로 총비용을 비교해야 합니다.
이미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했거나 가입할 계획이라면 담보 설정 방식도 꼭 확인할 부분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다른 금융기관이 보증금 반환채권에 질권을 설정하거나 채권을 양도받는 일부 대출은 반환보증 취급이 어렵다고 안내하며, 협약 상품 등 예외도 둡니다. 대출을 실행한 뒤 알게 되면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으니, 이용 중인 보증기관과 대출 금융회사 양쪽에 같은 계약을 두고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5. 필요한 금액을 다시 계산하기
상담 한도가 5천만 원이라고 해서 꼭 5천만 원을 빌릴 필요는 없습니다. 급한 지출이 2천만 원이고 비상금에서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돈이 500만 원이라면 필요한 대출은 1천500만 원입니다. 연 6%를 가정하면 5천만 원의 월 이자는 약 25만 원이지만, 1천500만 원은 약 7만5천 원입니다. 차액인 17만5천 원은 매달 가계부에 남습니다.
물론 비상금을 전부 털어 쓰는 것도 마음 편한 방법은 아닙니다. 대출을 알아보기 전에 필요한 날짜와 금액, 남겨둘 비상금, 갚을 날짜를 적어보면 선택이 조금 선명해집니다. 보증금은 통장에 찍힌 여윳돈이 아니라 다음 집으로 옮겨 갈 생활의 바탕이니까요. 저는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보다, 평소의 생활을 지키며 갚을 수 있는 금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