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현금서비스 쓰기 전 확인할 4가지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니 월말 잔고가 부족한 달에는 커피값보다 결제일을 먼저 보게 됩니다. 특히 카드값이 빠져나가기 며칠 전, 신용카드현금서비스로 잠깐 메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쉽죠. 급한 지출이 생겼다고 스스로를 탓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빌린 돈이 다음 달 가계부에서 어디를 차지할지는 숫자로 확인해야 합니다.
1. 필요한 금액보다 갚을 날짜를 먼저 본다
신용카드현금서비스의 정식 명칭은 단기카드대출입니다. 여신금융협회는 보통 1~2개월 정도 쓰는 상품으로 안내합니다. 이용하기는 간편하지만 갚을 때까지의 시간이 짧습니다. 신청 화면의 한도 100만 원은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이지, 다음 달에 무리 없이 갚을 수 있는 금액은 아닙니다.
가령 이번 달 생활비가 30만 원 부족하다고 해도 다음 급여일에 카드 결제대금 80만 원, 월세 60만 원, 공과금 15만 원이 기다리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급여 200만 원에서 이 세 금액을 빼면 45만 원입니다. 여기서 빌린 30만 원과 수수료를 내고 나면 한 달 생활비가 15만 원도 남지 않죠. 신청 전에는 급여 입금일, 실제 상환일, 그 사이의 고정지출을 한 줄에 적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상환일은 카드 이용 시점과 결제 주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카드사 앱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2. 수수료는 연이율을 실제 이용일수로 바꿔 본다
화면에 보이는 연 18%가 한 달 동안 빌린 금액의 18%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카드사가 안내하는 단기카드대출 수수료는 대체로 빌린 금액에 연 수수료율과 이용일수를 적용해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50만 원을 연 18%로 30일 이용한다면 50만 원×18%×30÷365로 약 7,400원입니다. 실제 청구액은 적용 금리, 이용일수와 카드사 계산 기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7,400원만 보면 작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 50만 원이 다음 달에도 비어서 다시 빌려야 한다면 가계부에는 수수료뿐 아니라 반복되는 부족액이 남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사별 수수료율을 비교할 수 있고, 내게 적용되는 금리와 예상 상환액은 카드사 신청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TM을 쓴다면 별도 이용 수수료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3. 한 번의 급한 지출인지 매달 생기는 적자인지 구분한다
예상 못 한 병원비로 이번 달만 30만 원이 부족한 경우와 생활비가 매달 30만 원씩 모자라는 경우는 다릅니다. 전자라면 상환일에 낼 돈이 확보되는지 확인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후자라면 빌릴 곳을 바꿔도 다음 달 부족액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때 가계부에서 지난 3개월의 식비·교통비·구독료를 나란히 놓습니다. 예를 들어 월수입 250만 원에 고정지출 170만 원, 변동지출 95만 원이라면 매달 15만 원이 부족합니다. 이 상태에서 현금서비스 30만 원을 받으면 다음 달에는 기존 부족액 15만 원에 상환액까지 더해집니다. 구독료 2만 원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숫자입니다. 지출을 탓하기보다 납부일 조정이 가능한 항목, 당장 줄일 수 있는 지출, 수입으로 메워야 하는 금액을 따로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이용 횟수도 기록할 만합니다. 여신금융협회는 현금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면 신용평가에 불리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한 번 썼다고 신용점수가 반드시 얼마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짧은 기간에 반복해서 빌리고 상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4. 이미 썼다면 다음 결제일의 돈부터 확보한다
이미 이용했다면 가계부에 받은 돈을 수입으로 적지 않는 게 좋습니다. 통장 잔액은 늘어도 갚아야 할 돈이 같은 크기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출금 50만 원을 별도 항목에 적고, 다음 결제일에 필요한 원금과 예상 수수료를 함께 표시합니다. 그러면 이번 달에 쓸 수 있는 돈을 실제보다 크게 보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유 자금이 예상보다 일찍 들어왔다면 카드사에 조기 상환 가능 여부와 상환 시 금액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용일수에 따라 수수료가 계산되는 상품이라면 일찍 갚을 때 부담이 줄 수 있지만, 정확한 금액은 카드사 안내가 기준입니다. 반대로 결제일에 갚기 어렵다는 게 보이면 다른 단기 대출로 막기 전에 카드사에 상환 방법을 문의하는 편이 낫습니다. 여러 채무 때문에 생활비까지 흔들린다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 가능한 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금서비스를 썼다는 사실 하나보다 그다음 달 가계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급한 달을 넘긴 뒤에도 같은 날짜에 돈이 모자란다면, 그 날짜 앞뒤의 지출을 다시 펼쳐 보는 게 다음 선택을 바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