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확인할 5가지

얼마 전 가계부 상담을 하다가 전월세대출 이자 때문에 생활비가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증금을 올려야 해서 대출을 받았는데, 막상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를 보니 식비와 카드값까지 같이 밀리는 상황이었어요. 사실 전월세대출은 큰돈을 빌리는 일이지만, 체감은 매달 10만 원, 20만 원씩 새는 생활비에서 옵니다.
저도 오래 가계부를 쓰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대출 가능 금액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집 현금흐름이 버틸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은행에서 1억 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우리 집이 1억 원을 편하게 감당한다는 뜻은 아니더라고요.
1. 한도보다 월 이자를 먼저 계산하기
전월세대출을 볼 때 많은 분들이 제일 먼저 한도를 봅니다. 그런데 가계부 입장에서는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먼저 봐야 할 건 월 이자입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연 4% 금리로 빌리면 1년 이자는 400만 원, 한 달로 나누면 약 33만 원입니다. 1억 5천만 원이면 월 이자는 약 50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여기에 관리비 20만 원, 공과금 15만 원, 통신비와 보험료까지 붙으면 고정비가 생각보다 빨리 커집니다.
제가 권하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월세나 대출 이자, 관리비를 합친 주거비가 월 실수령액의 25~30%를 넘기 시작하면 가계부가 빡빡해집니다. 맞벌이로 월 500만 원을 벌면 주거비 125만~150만 원까지는 버틸 수 있어 보이지만, 아이 교육비나 차량 유지비가 있으면 실제 여유는 훨씬 줄어듭니다.
2. 정책대출과 은행대출을 같이 놓고 보기
전월세대출은 크게 정책 성격의 대출과 일반 은행 전세자금대출로 나눠서 보는 게 편합니다.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청년전용 버팀목, 신혼부부 전용 상품처럼 소득과 보증금 기준을 보는 상품이 있고, 은행에서 보증기관 보증을 끼고 취급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정책대출은 금리가 낮은 편이지만 조건이 촘촘합니다. 무주택 여부, 부부합산 소득, 임차보증금, 전용면적, 세대주 요건 같은 항목을 봅니다. 반대로 일반 은행 대출은 접근성이 넓을 수 있지만 금리와 보증료, 우대금리 조건을 꼼꼼히 봐야 합니다.
- 청년이라면 청년전용 상품 가능 여부부터 확인
- 신혼부부라면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 조건 확인
- 소득이 낮거나 무주택 기간이 길다면 정책대출 우선 검토
- 정책대출이 어렵다면 은행별 금리와 보증료 비교
여기서 중요한 건 가장 많이 빌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 가장 적게 흔들리는 상품을 고르는 겁니다. 금리 0.5%포인트 차이는 1억 원 기준으로 1년에 50만 원, 월 4만 원 정도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2년이면 100만 원입니다.
3. 보증금 인상분만 빌릴지, 여유분까지 빌릴지 나누기
계약 갱신 때 보증금이 3천만 원 올랐다고 가정해볼게요. 이때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딱 3천만 원만 빌리는 방법, 혹은 이사비와 가전 교체비까지 생각해서 4천만~5천만 원을 빌리는 방법입니다.
가계부를 오래 쓴 사람 입장에서는 여유분 대출이 제일 위험합니다. 처음에는 비상금이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소파, 냉장고, 커튼, 중개수수료, 이사 청소비로 조금씩 사라집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건 높아진 이자뿐입니다.
물론 현금이 하나도 없으면 이사 과정에서 카드 할부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출 전에 세 칸으로 나눠 적어봅니다. 꼭 필요한 보증금, 이사 필수비, 미뤄도 되는 소비. 미뤄도 되는 소비까지 대출로 해결하면 다음 달 가계부가 바로 무거워집니다.
4. 전세보증보험과 계약 안전 비용까지 넣기
전월세대출을 받을 때 이자만 계산하면 빠지는 돈이 있습니다. 보증료, 인지세, 중개수수료, 이사비, 전세보증보험료 같은 비용입니다. 특히 전세는 보증금을 돌려받는 게 가장 중요해서, 보증보험 가능 여부를 계약 전부터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금융감독원 안내에서도 전세자금대출은 계약 내용, 보증기관, 임대인의 권리관계 확인이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합니다. 등기부등본에 근저당이 많은 집,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집, 시세보다 보증금이 지나치게 높은 집은 금리가 조금 낮아도 조심해야 합니다.
- 계약 전 등기부등본 확인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일정 확인
-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확인
- 대출 실행일과 잔금일 맞추기
- 만기 연장 조건 미리 확인
저는 이 비용들을 이사비라고 뭉뚱그리지 않고 따로 적습니다. 예를 들어 중개수수료 80만 원, 이사비 70만 원, 보증료 20만 원, 자잘한 설치비 30만 원이면 벌써 200만 원입니다. 이런 돈을 예상하지 못하면 대출은 받았는데 카드값이 늘어나는 이상한 상황이 생깁니다.
5. 가계부에서 버틸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기
전월세대출을 앞두고 제가 제일 많이 쓰는 방법은 3개월 예행연습입니다. 아직 대출 이자가 나가기 전이라도 예상 이자만큼 별도 통장에 빼두는 겁니다. 월 이자가 35만 원으로 예상되면 3개월 동안 매달 35만 원을 없는 돈처럼 옮겨둡니다.
이때 생활이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 그 대출은 감당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첫 달부터 카드값이 밀리거나 배달비가 줄지 않거나 비상금에 손을 대게 된다면 대출액을 낮추는 쪽이 현실적입니다.
전월세대출은 나쁜 빚이 아닙니다. 집을 구하고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도구입니다. 다만 도구가 생활을 누르면 곤란합니다. 제 가계부 기준으로는 대출 실행 전보다 실행 후의 월 현금흐름이 더 중요했습니다. 보증금 5천만 원을 더 넣어서 집은 넓어졌는데 매달 숨이 막히면, 그 집은 생각보다 비싼 집입니다.
전월세대출을 고를 때는 금리표만 보지 말고 내 통장 흐름을 같이 봐야 합니다. 이자는 숫자로 작아 보여도 매달 반복되면 생활의 표정을 바꿉니다. 조금 덜 빌리고 조금 덜 불안한 선택이, 오래 보면 가계부에는 더 좋은 선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