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담보대출 전에 가계부에서 먼저 봐야 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지인이 아파트담보대출 상담을 받고 와서 “은행에서는 가능하다는데, 우리 집은 버틸 수 있을까?”라고 묻더라고요. 저는 이 질문이 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출 가능액과 생활 가능액은 다르거든요. 은행은 소득과 규제 기준으로 한도를 보지만, 우리 집 가계부는 아이 학원비, 부모님 용돈, 자동차보험, 명절비까지 같이 봅니다.
아파트담보대출은 금액이 크다 보니 0.5%포인트 차이도 작지 않습니다. 3억 원을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렸다고 치면, 금리 4%일 때 월 상환액은 대략 143만 원 수준입니다. 5%가 되면 약 161만 원대로 올라갑니다. 한 달 18만 원 차이인데, 1년이면 216만 원입니다. 가계부에서는 이 돈이 식비 한 달치일 수도 있고, 아이 방학 특강비일 수도 있습니다.
1. 대출 한도보다 월 상환액을 먼저 적기
상담을 받으면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오는 말이 “최대 얼마까지 가능하다”입니다. 그런데 저는 가계부를 오래 쓴 입장에서, 최대 한도는 마지막에 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봐야 할 숫자는 월 상환액입니다.
예를 들어 맞벌이 월 실수령액이 650만 원인 집이 있다고 해볼게요. 현재 고정지출이 관리비 35만 원, 보험료 45만 원, 통신비 18만 원, 아이 교육비 90만 원, 식비 120만 원, 교통·차량비 60만 원이라면 이미 368만 원입니다. 여기에 아파트담보대출 상환액 160만 원이 붙으면 528만 원이 됩니다. 남는 돈은 122만 원처럼 보이지만, 경조사비와 병원비, 의류비, 여행비, 가전 교체비가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월 상환액을 적을 때 “상환 후 남는 돈”이 아니라 “상환 후에도 저축 가능한 돈”을 봅니다. 대출을 갚느라 저축이 0원이 되면 작은 사고에도 카드값이 밀리기 쉽습니다.
2. DSR은 규제가 아니라 우리 집 체력표로 보기
DSR은 연소득 대비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모든 대출 원리금 비율입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심사 기준으로 쓰지만, 가계부 관점에서는 우리 집 체력을 보여주는 숫자에 가깝습니다.
연소득이 6,000만 원이고 DSR 40%를 적용하면, 1년에 갚을 수 있는 원리금 상한은 2,40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2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이 200만 원 안에는 아파트담보대출만 들어가는 게 아닙니다.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학자금대출, 카드론이 있으면 같이 계산됩니다.
- 연소득 6,000만 원: 월 원리금 200만 원 전후가 큰 기준선
- 기존 신용대출 월 상환 40만 원: 주담대에 쓸 수 있는 여력 감소
- 자동차 할부 월 55만 원: 집 대출 한도를 의외로 많이 줄임
사실 DSR은 불편한 숫자입니다. 사고 싶은 집 앞에서는 자꾸 낮게 느껴지니까요. 근데 가계부는 냉정합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은 기분을 봐주지 않습니다.
3. 금리 1%포인트 상승을 가계부에 미리 넣기
요즘 아파트담보대출을 볼 때는 현재 금리만 보면 부족합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금리 상승 가능성을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 이자를 더 받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더 보수적으로 보는 장치입니다.
우리 집도 비슷하게 해야 합니다. 상담 금리가 4.2%라면 가계부에서는 5.2%로 한 번 더 계산해두는 식입니다. 3억 원 대출 기준으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월 상환액이 대략 17만~20만 원가량 늘어날 수 있습니다. 대출금이 5억 원이면 월 30만 원 안팎까지 체감이 커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겁먹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미리 넣어본 숫자가 버겁지 않으면 대출 이후 생활이 훨씬 편합니다. 반대로 1%포인트 오른 계산에서 바로 적자가 난다면, 매매가를 낮추거나 자기자본을 더 모으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4. 아파트는 대출금 말고도 매달 돈을 먹는다
집을 살 때 많은 분들이 매매가와 대출이자만 계산합니다. 그런데 입주하고 나면 관리비, 재산세, 수리비, 이사비, 가전·가구 교체비가 줄줄이 나옵니다. 특히 구축 아파트는 “일단 살면서 고치자”가 생각보다 비쌉니다.
제가 가계부에서 자주 본 패턴은 이렇습니다. 잔금 치르고 나서 커튼 80만 원, 냉장고 180만 원, 도배 120만 원, 중개보수와 이사비까지 더해 첫 3개월에 500만~1,000만 원이 추가로 나갑니다. 대출 실행 직후 현금이 바닥이면 이 비용이 카드 할부로 넘어갑니다. 그러면 다음 달부터 주담대와 카드값이 같이 옵니다.
그래서 저는 아파트담보대출을 받기 전, 최소 6개월치 생활비와 입주 초기비용을 따로 떼어놓는 쪽을 선호합니다. 월 생활비가 400만 원인 집이라면 비상금 2,400만 원이 기준이 됩니다. 여기에 입주 비용 500만 원을 더하면 2,900만 원입니다. 이 돈까지 털어서 계약금을 맞추면 숫자는 맞아도 생활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5. 대출 전 3개월만 예행연습하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출받기 전 3개월 동안 월 상환액만큼 따로 빼보는 겁니다. 예상 상환액이 155만 원이면 월급날 바로 155만 원을 다른 통장으로 옮깁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평소처럼 살아봅니다.
첫 달은 긴장해서 됩니다. 둘째 달부터 진짜 모습이 나옵니다. 외식이 줄어도 괜찮은지, 아이 교육비가 부담스럽지 않은지, 부모님께 드리던 돈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지 보입니다. 셋째 달까지 버텼는데도 카드값이 늘지 않고 저축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꽤 건강한 신호입니다.
제가 보는 적정선
개인적으로는 아파트담보대출 원리금이 월 실수령액의 25~30% 안에 들어오면 숨 쉴 공간이 있습니다. 35%를 넘기면 생활비 관리가 꽤 빡빡해지고, 40%에 가까워지면 소득이 안정적인 집이어도 변수에 약해집니다. 물론 맞벌이인지, 아이가 있는지, 부모님 부양이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아파트담보대출은 나쁜 빚도 아니고, 무조건 무서워할 빚도 아닙니다. 다만 집값 그래프보다 먼저 봐야 할 건 우리 집 통장 흐름입니다. 저는 좋은 대출이란 금리가 제일 낮은 대출보다, 갚는 동안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대출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집은 삶을 담는 공간인데, 대출 때문에 매달의 삶이 너무 좁아지면 그 집이 주는 안정감도 반쯤 줄어드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