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방치하지 않는 5가지 점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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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방치하지 않는 5가지 점검법

얼마 전 가계부를 넘기다가 7년 전 퇴직연금 잔고를 적어둔 메모를 봤습니다. 그때는 월급통장 잔액만 신경 쓰느라 퇴직연금은 회사가 알아서 넣어주는 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니 꽤 뼈아팠습니다. 카드값 3만원 아끼는 일에는 예민했는데, 몇 천만원이 들어 있는 계좌는 1년에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더라고요.

퇴직연금은 대단한 투자 감각이 있어야만 관리할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계부처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내 생활비 흐름에 맞춰 과하게 넣지 않고, 방치된 상품을 줄이는 쪽에 가깝습니다. 고용노동부 설명 기준으로 퇴직연금은 재직 중 회사가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55세 이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DB형, DC형, IRP가 섞여 보여서 어렵게 느껴질 뿐, 생활비 관점으로 보면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1. 내 퇴직연금이 DB형인지 DC형인지 먼저 확인하기

가장 먼저 볼 것은 상품명이 아니라 유형입니다. DB형은 퇴직할 때 받을 급여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회사가 적립금 운용 책임을 집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직접 굴리는 비중이 작습니다. 반대로 DC형은 회사가 매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넣어주고, 그 돈을 근로자가 직접 운용합니다. 운용 결과에 따라 나중에 받을 금액이 달라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연봉이 4,800만원이면 회사가 DC형 계좌에 1년에 대략 400만원 수준을 넣는 구조로 이해하면 됩니다. 10년이면 원금만 4,000만원 가까운 돈입니다. 그런데 이 돈이 몇 년째 예금성 상품에만 머물러 있는지, 펀드로 일부 운용 중인지 모르면 가계부에서 가장 큰 항목 하나를 빈칸으로 두는 셈입니다.

  • DB형: 회사 운용 비중이 크고, 내 선택 여지가 상대적으로 작음
  • DC형: 내 계좌 안에서 상품 선택과 비중 조절이 중요함
  • IRP: 퇴직금 이전, 개인 추가 납입, 세액공제까지 연결되는 개인 계좌

2. 수익률보다 먼저 보는 것은 방치 기간

퇴직연금 앱에 들어가면 수익률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근데 저는 수익률보다 먼저 보는 숫자가 있습니다. 운용 지시를 바꾼 날짜입니다. 3년 전, 5년 전 그대로라면 좋은 상품이냐 나쁜 상품이냐 이전에 내 생활과 나이에 맞는지 다시 봐야 합니다.

30대 맞벌이 가정과 50대 외벌이 가정의 퇴직연금은 같은 방식일 수 없습니다. 아이 교육비가 커지는 시기, 대출 상환이 빠듯한 시기, 은퇴가 가까운 시기에 감당할 수 있는 변동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계부 점검할 때 통신비, 보험료, 구독료를 보듯이 퇴직연금도 6개월에 한 번 같은 날 확인합니다. 수익률이 낮다고 바로 갈아타기보다, 내가 왜 이 상품을 갖고 있는지 설명이 안 되는 것부터 줄입니다.

3. IRP 세액공제는 월 납입액으로 쪼개서 보기

IRP 이야기가 나오면 세액공제 한도부터 크게 보입니다. 현재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세액공제 대상 한도는 연 900만원이고, 총급여 5,500만원 이하라면 공제율은 16.5%, 그보다 높으면 13.2%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900만원을 꽉 채우면 각각 최대 148만5천원, 118만8천원 수준의 세액공제 효과가 생깁니다.

하지만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압니다. 연 900만원은 말은 쉬운데 월 75만원입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아이 학원비, 부모님 병원비, 자동차 할부가 있는 집에는 꽤 큰 고정지출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액공제를 먼저 보고 납입액을 정하지 않습니다. 월 현금흐름에서 빠져나가도 카드값으로 다시 메우지 않을 금액을 먼저 잡습니다.

월급 330만원 가정의 예시

월급 실수령 330만원, 고정지출 210만원, 변동지출 80만원이면 남는 돈은 40만원입니다. 여기서 IRP에 30만원을 넣으면 숫자상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조사 한 번에 카드값이 밀릴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저는 10만원이나 15만원부터 시작하는 쪽을 더 선호합니다. 남는 달에 추가 납입하는 방식이 오래 갑니다.

4. 디폴트옵션은 자동이라서 더 확인해야 한다

DC형과 IRP에는 사전지정운용제도, 흔히 말하는 디폴트옵션이 적용됩니다.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사전에 정한 방법으로 돈이 굴러가게 하는 장치입니다. 이름에 자동이 들어간다고 해서 내게 꼭 맞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동이기 때문에 더더욱 한 번은 들여다봐야 합니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원리금보장형부터 펀드가 섞인 상품까지 성격이 다릅니다. 내 계좌에 있는 돈이 전부 안정형인지, 일부가 주식형 자산에 들어가는지, 목표 은퇴 시점에 맞춰 비중이 바뀌는 상품인지 정도는 확인해둘 만합니다. 이걸 알아두면 시장이 흔들릴 때 괜히 겁먹고 전부 현금성으로 바꾸는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운용 지시가 오래 없었던 금액이 있는지 확인
  • 디폴트옵션 위험 등급과 투자 비중 확인
  • 수수료와 최근 1년, 3년 수익률을 함께 보기
  •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상품 성격이 맞는지 점검

5. 퇴직연금은 노후 돈이지만 현재 가계부와 같이 봐야 한다

퇴직연금은 55세 이후를 위한 돈입니다. 그래서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지금의 예산과 바로 연결됩니다. IRP에 무리하게 넣었다가 생활비가 부족해 카드 리볼빙을 쓰면, 세액공제로 아낀 돈보다 이자가 더 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달 10만원이라도 꾸준히 넣고 세액공제까지 챙기면, 생활을 흔들지 않으면서 미래 잔고를 키울 수 있습니다.

저는 퇴직연금을 볼 때 세 칸으로 나눕니다. 회사가 넣어주는 돈, 내가 추가로 넣는 돈, 운용으로 늘거나 줄어든 돈. 이렇게 나누면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회사 납입분은 놓치지 않게 확인하고, 개인 납입분은 월 예산 안에서 정하고, 운용 성과는 1년 단위로 봅니다. 매일 흔들리는 숫자에 감정까지 같이 흔들릴 필요는 없습니다.

퇴직연금은 부자가 되는 비밀 버튼이라기보다, 오래 열어보지 않은 큰 봉투에 가깝습니다. 봉투 안 돈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알고, 내 월급 흐름에 맞게 조금씩 손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달라집니다. 가계부가 매달의 새는 돈을 잡아준다면, 퇴직연금 점검은 10년 뒤의 나에게 새지 않는 돈을 남겨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퇴직연금 방치하지 않는 5가지 점검법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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