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대출 전 확인할 5가지 가계부 기준

얼마 전 가계부 상담을 하다가 월급은 그대로인데 카드값과 대출이자가 같이 늘어난 집을 봤습니다. 처음엔 생활비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숫자를 펼쳐 보니 진짜 부담은 제2금융권대출 이자였습니다. 원금은 800만 원인데 매달 빠지는 돈이 생각보다 커서 식비 5만 원 줄이는 정도로는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제2금융권대출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탈, 상호금융 같은 곳에서 필요한 돈을 빠르게 빌릴 수 있고, 은행 문턱이 높을 때 숨통이 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계부 입장에서 보면 속도보다 중요한 건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입니다. 대출은 한 번 받으면 생활비 항목이 아니라 월급에서 먼저 떼이는 고정 지출이 됩니다.
1. 금리보다 월 상환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대출 광고를 보면 금리 숫자가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집 살림에서는 연 금리보다 매달 통장에서 얼마가 빠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3년 동안 갚는다고 할 때, 금리가 연 9%면 원리금균등 기준으로 월 상환액이 대략 32만 원대입니다. 금리가 연 15%로 올라가면 월 상환액은 34만 원대가 됩니다. 얼핏 2만 원 차이처럼 보여도 36개월이면 70만 원 넘게 달라집니다.
더 조심해야 할 건 이미 다른 할부와 카드론이 있는 경우입니다. 휴대폰 할부 6만 원, 자동차 할부 38만 원, 카드 리볼빙 12만 원이 있으면 새 대출 월 상환액 30만 원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계부에서는 86만 원짜리 고정비 덩어리가 됩니다. 월급 280만 원인 사람이 고정 상환액만 86만 원이면 월급의 30%가 넘습니다. 이 정도면 식비를 조금 아끼는 방식으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2. 제2금융권대출은 목적을 짧게 써야 덜 흔들립니다
제가 가계부에 대출 항목을 적을 때 꼭 붙이는 칸이 있습니다. 바로 ‘왜 빌렸는지’입니다. 병원비 180만 원, 전세 보증금 부족분 500만 원, 밀린 공과금 70만 원처럼 목적이 또렷하면 상환 계획도 비교적 단단해집니다. 반대로 생활비 부족이라고만 적힌 대출은 다음 달에도 같은 이유로 다시 부족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생활비 구멍을 메우려고 제2금융권대출을 쓴다면 먼저 3개월치 가계부를 봐야 합니다. 월평균 식비 72만 원, 배달 24만 원, 구독 8만 원, 택시 11만 원, 편의점 16만 원처럼 항목을 나누면 손댈 곳이 보입니다. 여기서 20만 원을 줄일 수 있다면 500만 원 대출을 받기 전 선택지가 생깁니다. 대출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빌릴 금액을 5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3. 승인 가능보다 상환 가능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출 심사에서 상환능력을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DSR은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과 비교하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얼마까지 빌릴 수 있나’보다 ‘소득으로 갚을 수 있나’를 보는 장치입니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가 오를 가능성까지 감안해 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라, 변동금리 대출을 생각한다면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가계부에서는 더 단순하게 계산해도 됩니다. 월 소득에서 이미 정해진 지출을 빼고 남는 돈을 봅니다. 월급 300만 원, 월세 65만 원, 보험 18만 원, 통신비 12만 원, 기존 대출 35만 원, 평균 생활비 130만 원이면 남는 돈은 40만 원입니다. 여기서 새 대출 상환액이 32만 원이면 숫자상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험합니다. 경조사, 병원비, 명절, 자동차 수리비가 한 번만 와도 다시 카드값으로 밀립니다.
4. 비교할 때는 총이자와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봅니다
제2금융권대출을 고를 때 월 상환액만 보면 기간이 긴 상품이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500만 원을 24개월로 갚으면 월 부담은 크고, 60개월로 늘리면 월 부담은 작아집니다. 그런데 총이자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기간이 길수록 오래 이자를 냅니다. 그래서 저는 가계부에 월 상환액, 총이자, 끝나는 달을 같이 적습니다.
- 월 상환액: 이번 달 생활비를 버틸 수 있는지 보는 숫자
- 총이자: 이 대출을 선택한 대가가 얼마인지 보는 숫자
- 상환 종료월: 내 가계부가 언제 가벼워지는지 보는 숫자
- 중도상환수수료: 여윳돈이 생겼을 때 빨리 갚아도 되는지 보는 숫자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나 각 금융회사 안내를 보면 상품별 금리와 조건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금리는 개인 신용점수, 소득, 기존 부채, 연체 이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화면에 보이는 최저금리만 보고 계획을 세우면 가계부가 빗나갈 수 있습니다.
5. 대출 전 하루짜리 가계부 테스트를 해봅니다
제가 자주 쓰는 방법은 ‘가짜 상환액 빼기’입니다. 대출을 받기 전 한 달 동안 예상 월 상환액을 다른 통장에 먼저 빼놓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을 받으면 매달 28만 원을 갚아야 한다면, 이번 달 월급날에 28만 원을 없는 돈처럼 분리합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한 달을 살아봅니다. 이때 카드값이 늘거나 현금서비스를 쓰게 된다면 그 대출은 이미 가계부 안에서 버거운 겁니다.
이 방법은 죄책감을 주려고 하는 절약이 아닙니다. 내 생활이 실제로 버틸 수 있는지 미리 보는 작은 실험입니다. 한 달을 버텼다면 대출 금액을 줄이거나 기간을 조절하는 판단이 쉬워집니다. 못 버텼다면 대출 실행 전에 멈출 기회가 생깁니다. 대출은 실행 전에는 선택이지만, 실행 후에는 일정표가 됩니다.
이미 받았다면 순서를 다시 세웁니다
이미 제2금융권대출이 있다면 자책보다 순서가 먼저입니다. 연체를 막는 게 1순위입니다. 그다음 금리가 높은 대출, 만기가 짧아 월 부담이 큰 대출, 중도상환수수료가 낮거나 없는 대출 순서로 봅니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는 정책서민금융 상품과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채무조정 상담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혼자 계산이 안 맞을 때는 상담을 받는 편이 낫습니다.
가계부를 오래 쓰면서 느낀 건, 대출이 사람을 망치는 게 아니라 ‘얼마가 언제 빠지는지 모르는 상태’가 사람을 더 지치게 한다는 점입니다. 제2금융권대출도 숫자를 펼쳐 놓고 보면 선택지가 보입니다. 빌릴지 말지보다 먼저 봐야 할 건 이번 달 잔고와 다음 달 고정비입니다. 그 두 숫자가 맞아야 생활도 덜 흔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