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월급으로 예산 짜는 5단계 현실 가계부

얼마 전 10년 넘게 쓴 가계부 파일을 다시 열어봤는데, 최저임금이 오른 해마다 통장 잔고가 자동으로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월급이 몇 만 원 늘어도 식비, 교통비, 구독료, 배달비가 같이 올라가면 남는 돈은 거의 그대로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최저임금을 볼 때 시급 숫자보다 “내 통장에 들어온 뒤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먼저 봅니다.
2026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급 10,320원입니다. 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156,880원입니다. 2025년 시급 10,030원, 월 2,096,270원과 비교하면 월 기준으로 60,610원 늘어난 셈입니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입니다. 그런데 이 돈은 관리하면 한 달 식비 일부가 되고, 방치하면 배달 두세 번과 커피 몇 잔로 사라집니다.
1. 최저임금 월급은 세후 금액으로 다시 봐야 합니다
가계부에서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월 환산액을 그대로 생활비로 잡는 것입니다. 2,156,880원은 세전 기준에 가깝습니다.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4대 보험, 소득세, 지방소득세 등이 빠진 뒤라 더 적습니다. 근로 형태, 부양가족, 비과세 식대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90만 원대 후반에서 200만 원대 초반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산을 짤 때 월급 명세서의 “지급 합계”가 아니라 “실수령액”만 봅니다. 예를 들어 실수령액이 200만 원이라면 고정비 100만 원, 변동비 70만 원, 저축 20만 원, 비상금 10만 원처럼 나눕니다. 처음부터 세전 금액으로 계산하면 카드값이 나오는 날마다 계획이 무너집니다.
- 월 환산액: 2,156,880원
- 예산 기준: 실제 입금액
- 가계부 첫 줄: 월급 세전이 아니라 실수령액
2. 월 6만 원 인상분은 따로 이름을 붙이면 덜 샙니다
2025년과 2026년 월 환산액 차이는 60,610원입니다. 이 금액을 그냥 월급에 섞어두면 체감이 거의 없습니다. 사실 6만 원은 대단한 재테크 수익처럼 보이지 않지만 생활비에서는 꽤 쓸모가 있습니다. 통신비 알뜰폰 요금 2개월치가 될 수도 있고, 쌀과 계란, 두부, 냉동 채소를 사두는 장보기 예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식은 인상분에 이름을 붙이는 겁니다. “없는 돈 저축”, “월세 방어금”, “식비 완충금”처럼요. 이름이 붙으면 돈이 덜 흐릿해집니다. 저는 예전에 월급이 5만 원 정도 늘었을 때 그 돈을 전부 생활비에 섞었다가 한 달 뒤 아무 흔적도 못 찾았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자동이체로 5만 원을 먼저 빼두었고, 그때부터 잔고가 조금씩 남기 시작했습니다.
3. 최저임금 생활비는 고정비부터 줄여야 체감됩니다
월급이 낮을수록 절약의 순서가 중요합니다. 커피 한 잔, 간식 하나를 매번 참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죄책감도 빨리 옵니다. 반면 고정비는 한 번 손보면 다음 달에도 효과가 남습니다. 가계부에서 10년 동안 반복해서 본 패턴은 분명했습니다. 돈이 새는 집은 변동비보다 고정비가 먼저 무거웠습니다.
예를 들어 월 실수령액 200만 원 기준으로 월세 55만 원, 관리비 10만 원, 통신비 8만 원, 보험료 15만 원, 구독료 4만 원이면 이미 92만 원입니다. 여기에 교통비와 식비를 넣으면 숨이 빡빡해집니다. 이때 배달앱을 지우는 것보다 통신비를 8만 원에서 3만 원대로 낮추거나 안 쓰는 보험 특약을 점검하는 편이 더 큽니다.
- 통신비 8만 원에서 3만 원: 월 5만 원 절감
- 구독 4개 중 2개 해지: 월 1만~2만 원 절감
- 보험 중복 보장 점검: 월 3만 원 이상 차이 가능
4. 식비는 무조건 줄이기보다 기준선을 정하는 게 낫습니다
최저임금으로 생활할 때 식비는 늘 고민입니다. 너무 줄이면 몸이 먼저 지치고, 너무 풀어두면 카드값이 바로 올라갑니다. 저는 1인 가구라면 월 식비를 35만~45만 원 정도에서 먼저 잡아보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외식과 배달이 많다면 50만 원을 넘기도 쉬운데, 이때 갑자기 25만 원으로 줄이면 거의 실패합니다.
실제로 제가 해본 방법 중 가장 오래간 건 “평일 집밥 3일, 외식 2회”처럼 횟수를 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금액만 보면 매번 계산해야 해서 피곤합니다. 하지만 횟수로 잡으면 선택이 단순해집니다. 배달비 포함 1회 18,000원을 주 3회 쓰면 한 달에 약 216,000원입니다. 이걸 주 1회로 줄이면 약 144,000원이 남습니다. 숫자로 보면 꽤 큽니다.
식비 가계부는 세 칸이면 충분합니다
- 집밥 장보기
- 외식
- 배달과 간식
이렇게만 나눠도 어디서 새는지 보입니다. “식비 60만 원”이라고 쓰면 막막하지만 “배달과 간식 24만 원”이라고 보이면 조정할 지점이 선명해집니다.
5. 최저임금 예산표는 남는 돈이 아니라 먼저 뺄 돈으로 짭니다
많은 사람이 월급을 받고 한 달을 산 뒤 남으면 저축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에서는 남는 돈이 저절로 생기기 어렵습니다. 갑자기 병원비가 나오고, 경조사가 생기고, 계절이 바뀌면 옷이나 난방비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저축은 금액이 작아도 월급날 바로 빠져나가게 만드는 편이 낫습니다.
실수령액 200만 원을 예로 들면, 처음부터 50만 원 저축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대신 10만 원 비상금, 10만 원 목적저축으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20만 원이면 1년 240만 원입니다. 여기에 명절 상여금이나 연말정산 환급금 일부를 더하면 작은 안전망이 생깁니다. 이 안전망이 있어야 카드 할부에 덜 기대게 됩니다.
- 비상금: 월 10만 원
- 연간 비상금: 120만 원
- 목적저축: 월 10만 원
- 1년 뒤 준비금: 최소 240만 원
최저임금은 누군가에게는 출발선이고, 누군가에게는 지금 생활을 버티는 기준선입니다. 중요한 건 시급 숫자를 보고 실망하거나 안심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월급이 들어온 날 10분만 가계부를 열어 고정비, 식비, 저축을 먼저 나눠보면 돈의 흐름이 조금 달라집니다. 저는 큰 결심보다 그런 작은 반복이 잔고를 바꾼다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