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확인할 5가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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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확인할 5가지 숫자

월급보다 먼저 봐야 할 건 ‘남는 돈’입니다

얼마 전 지인이 주택담보대출 상담을 받고 와서 월 상환액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가계부를 같이 보자고 했더니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상담표에는 월 145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 생활비 흐름에서는 이미 매달 80만 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거든요.

주택담보대출은 금액이 크다 보니 금리 0.2% 차이에 눈이 먼저 갑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다만 10년 넘게 가계부를 쓰면서 느낀 건, 대출이 버거워지는 이유가 금리 하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식비, 보험료, 차량 유지비, 아이 학원비, 부모님 용돈처럼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적인 지출이 이미 많으면 낮은 금리도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대출 가능 금액보다 먼저 ‘지금 우리 집이 매달 얼마를 안정적으로 남기는지’를 봅니다. 최근 6개월 가계부에서 월평균 수입과 지출을 계산해보면 생각보다 현실이 빨리 보입니다. 월수입 500만 원, 생활비와 고정비 380만 원, 저축 70만 원이라면 겉으로는 120만 원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조사, 병원비, 자동차 보험 같은 비정기 지출을 빼면 여유가 훨씬 줄어듭니다.

주택담보대출 전 확인할 5가지 숫자

1. 월 상환액은 ‘최대치’가 아니라 ‘불편하지 않은 금액’으로 잡기

은행에서 가능하다고 말하는 금액과 우리 집이 편하게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월 실수령액이 520만 원인 가정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160만 원이면 소득의 약 31%입니다. 숫자만 보면 불가능해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관리비 30만 원, 보험료 45만 원, 차량비 50만 원, 통신비 20만 원, 식비 110만 원이 붙으면 체감은 전혀 달라집니다.

저는 주택담보대출 월 상환액을 정할 때 ‘한 달 덜 쓰면 되겠지’가 아니라 ‘지출이 평소처럼 나가도 버틸 수 있나’로 봅니다. 이상적인 절약 생활을 기준으로 잡으면 오래 못 갑니다. 사람이 매달 완벽하게 살 수는 없으니까요.

2. 비상금은 대출 실행 전에도 남아 있어야 합니다

집을 살 때 취득세, 중개보수, 이사비, 가전 교체비, 도배나 수리비가 한꺼번에 나갑니다. 문제는 이 돈을 너무 빠듯하게 맞추면 입주 첫 달부터 카드값이 커진다는 겁니다. 제 가계부에서도 이사한 달에는 평소보다 250만 원 이상 더 쓴 적이 있었습니다. 냉장고가 고장 나고, 커튼을 맞추고, 관리비 예치금까지 내니 작은 지출이 아니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최소 3개월치 생활비는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월 생활비가 350만 원이라면 1,000만 원 안팎은 손대지 않는 돈으로 두는 식입니다. 이 돈이 있으면 갑자기 병원비가 나오거나 회사 상황이 흔들려도 바로 카드론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밀려가지 않습니다.

3. 금리 변동에 따른 추가 상환액을 계산해두기

고정금리인지 변동금리인지에 따라 체감 위험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3억 원을 30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렸다고 가정하면, 금리가 4%일 때 월 상환액은 대략 143만 원 수준입니다. 금리가 5%로 오르면 약 161만 원 정도로 늘어납니다. 한 달 18만 원 차이지만 1년이면 216만 원입니다. 가계부에서는 이 정도 차이가 여행 한 번, 보험료 몇 달, 아이 학원비 한두 과목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대출 상담을 받을 때 현재 금리만 보지 말고 1%포인트 오른 경우의 월 상환액도 같이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숫자로 보면 막연한 불안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감당이 어렵다는 것도 빨리 알 수 있습니다.

집값보다 생활비 구조가 먼저 무너집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나면 많은 가정이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은 외식비와 쇼핑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두 항목만 줄여서 버티기 어렵습니다. 외식비를 월 4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줄여도 20만 원이 남습니다. 대출 상환액이 새로 120만 원 생겼다면 나머지 100만 원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합니다.

이때 고정비가 중요해집니다. 보험료가 과하게 잡혀 있는지, 잘 쓰지 않는 구독 서비스가 있는지, 자동차 2대가 꼭 필요한지, 통신요금제가 실제 사용량에 맞는지 봐야 합니다. 저는 가계부에서 고정비를 줄일 때 한 번 줄이면 1년 내내 효과가 나는 항목부터 봅니다. 월 3만 원짜리 구독 3개를 끊으면 월 9만 원, 1년이면 108만 원입니다. 커피값보다 이런 항목이 더 조용히 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절약을 벌처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대출을 받았다고 모든 즐거움을 없애면 오래 못 갑니다. 외식비를 0원으로 만드는 대신 월 2회로 줄이고, 배달앱 즉흥 주문을 줄이는 식이 현실적입니다. 가계부는 나를 혼내려고 쓰는 장부가 아니라, 계속 살 수 있는 방식을 찾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대출 전 가계부 시뮬레이션 3단계

  • 최근 6개월 평균 생활비를 계산합니다. 명절, 휴가, 병원비가 있었던 달도 빼지 않는 편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 예상 월 상환액을 고정비처럼 넣고 다시 계산합니다. 남는 돈이 매달 0원에 가깝다면 대출 금액이나 집값을 다시 봐야 합니다.
  • 금리 1%포인트 상승, 소득 10% 감소, 비정기 지출 200만 원 발생 상황을 각각 넣어봅니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바로 적자가 크면 여유 자금이 부족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월 실수령액 600만 원, 현재 지출 420만 원인 집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지금은 180만 원이 남습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상환액 150만 원을 넣으면 남는 돈은 30만 원입니다. 숫자상으로는 적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자동차 보험, 재산세, 가족 생일, 병원비가 들어오는 달에는 바로 마이너스가 됩니다. 이런 집은 대출을 못 받는다는 뜻이 아니라, 대출 실행 전에 고정비를 최소 30만~50만 원 줄이거나 비상금을 더 두는 식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무리한 대출인지 판단하는 생활 기준

제가 보는 가장 단순한 기준은 ‘대출 상환 후에도 저축이 남는가’입니다. 금액이 작아도 됩니다. 월 20만 원이라도 자동저축이 유지되면 가계가 완전히 멈춘 상태는 아닙니다. 반대로 대출을 갚기 시작하는 순간 저축이 0원이 되고, 비정기 지출은 전부 카드 할부로 넘기게 된다면 위험 신호로 봅니다.

또 하나는 부부나 가족 간 대화입니다. 한 사람만 아끼고 한 사람은 이전처럼 쓰면 가계부가 금방 흔들립니다. 식비는 얼마까지, 부모님 용돈은 유지할지, 여행은 연 1회로 할지, 아이 교육비는 어디까지 감당할지 미리 말해둬야 합니다. 돈 이야기는 불편하지만, 대출 실행 후에 꺼내면 더 날카로워집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집을 사기 위한 도구이지, 생활 전체를 압박하는 족쇄가 되면 곤란합니다. 좋은 집에 들어가도 매달 카드값 날짜만 기다리게 되면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저는 집을 고를 때도 ‘이 집을 샀을 때 우리 생활이 얼마나 좁아지는가’를 같이 봅니다. 조금 작은 집이어도 저녁 한 끼를 편하게 먹고, 갑작스러운 지출에 덜 흔들리는 쪽이 오래 버티기 좋았습니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숫자를 미리 보는 일은 꽤 다정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확인할 5가지 숫자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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