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자금대출 전에 계산할 4가지 숫자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니 돈이 부족해지는 순간은 큰 지출보다 ‘곧 들어올 돈’을 먼저 쓴 뒤에 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창업 자금도 비슷하더군요. 청년창업자금대출을 알아볼 때는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보다 매달 갚을 수 있는 금액부터 적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1. 내가 신청 대상에 들어가는지
흔히 청년창업자금대출이라고 부르는 제도 중 하나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전용창업자금입니다. 현재 안내 기준으로 대표자가 만 39세 이하이고 업력이 3년 미만인 중소기업, 또는 중소기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대상입니다. 일부 추천을 받은 우수 기업은 업력 7년 미만까지 가능한 예외가 있습니다.
여기서 ‘청년’이라는 말만 보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면 헛걸음하기 쉽습니다. 업종과 기업 규모, 기존 연체 여부 등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동네 가게처럼 소상공인에 해당한다면 업종에 따라 신청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업자등록을 하기 전이라도 상담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실제 융자 단계에 필요한 요건은 따로 챙겨야 합니다. 내 상황이 애매하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지역본부에 업종과 사업 개시일을 알려 주고 확인하는 게 빠릅니다.
2. 한도와 금리보다 중요한 실제 필요액
현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안내에는 청년전용창업자금의 한도가 기업당 최대 1억 원, 제조업과 중점지원분야 기업은 최대 2억 원으로 나옵니다. 금리는 연 2.5% 고정이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직접 대출합니다. 다만 한도는 받을 수 있는 금액의 상한이지, 누구나 그만큼 승인받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원 여부와 금액은 평가를 거쳐 결정됩니다.
가계부 방식으로 보면 먼저 돈 쓸 곳을 세 칸으로 나누는 게 좋습니다. 문을 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비용, 매달 반복되는 비용, 매출이 늦게 들어올 때 버틸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장비 1,200만 원, 초기 재료와 제작비 800만 원, 석 달치 사업장 고정비 600만 원이라면 계산된 필요액은 2,600만 원입니다. 이 숫자를 적어야 5,000만 원을 빌리고 싶은 이유와 실제로 필요한 이유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생활비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사업 통장에 600만 원이 남아 있어도 집세와 식비를 낼 돈이 없다면 결국 사업 자금을 생활비처럼 쓰게 됩니다. 개인 생활비와 사업 비용을 각각 적고, 자금의 사용 목적에 맞는 지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정책자금을 다른 용도로 쓰면 조기 회수 등 불이익이 생길 수 있습니다.
3. 거치기간이 끝난 뒤의 월 상환액
청년전용창업자금의 운전자금은 대출기간이 6년 이내이고 거치기간은 3년 이내입니다. 시설자금은 10년 이내이며 거치기간은 담보와 신용 조건에 따라 다릅니다. 거치기간에는 원금 상환을 미루므로 초반 부담이 작아 보입니다. 문제는 그 기간이 끝난 다음입니다.
가령 운전자금 3,000만 원을 연 2.5%로 빌리고, 3년 거치 후 남은 3년 동안 원금을 매달 똑같이 갚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거치기간의 월 이자는 약 6만 2,500원입니다.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첫 달에는 원금 약 83만 3,000원에 이자가 더해져 약 89만 6,000원이 필요합니다. 실제 상환 방식과 납입액은 약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 예시만 봐도 ‘월 6만 원대’만 기억하면 위험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 가계부라면 거치기간에도 매달 80만 원가량을 별도 통장에 옮겨 보겠습니다. 매출이 적은 달에도 이 돈을 꾸준히 떼어 놓을 수 있는지 보는 겁니다. 석 달 연속 어렵다면 대출액을 줄이거나, 고정비를 낮추거나, 매출 계획을 다시 잡아야 합니다. 상환 능력은 낙관적인 매출보다 평범한 달의 현금 흐름으로 판단하는 편이 낫습니다.
4. 신청서에 담을 매출과 지출의 근거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청년전용창업자금을 평가할 때 창업자의 추진력뿐 아니라 제품의 차별성, 시장성, 수익성 등을 봅니다. 그래서 사업계획서의 매출 숫자는 ‘열심히 팔겠다’보다 어떻게 계산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하루 고객 20명에 객단가 1만 5,000원, 월 22일 영업이라면 월매출은 660만 원입니다. 여기서 재료비, 수수료, 임차료, 인건비를 빼고도 원리금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상 매출은 한 가지로만 쓰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하루 고객이 20명인 달뿐 아니라 12명인 달도 계산해 보세요. 12명이라면 같은 조건에서 월매출은 396만 원입니다. 이때 고정비와 생활비를 내고 얼마가 남는지 보면 필요한 대출 규모가 훨씬 선명해집니다. 주문 기록이나 견적서, 실제 시험 판매 내역이 있다면 숫자를 설명하기도 수월합니다.
신청 일정은 일반 정책자금 접수일과 다르게 지역본부 상담 일정에 따라 운영될 수 있습니다. 서류를 준비하기 전에 관할 지역본부의 현재 상담 일정을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창업 자금을 볼 때 금리가 낮다는 사실보다, 매출이 느린 달에도 일상과 사업을 함께 지킬 수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빌린 돈이 숨통을 틔워 주려면 갚는 달의 숫자까지 내 장부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