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확인할 4가지

얼마 전 가계부를 보다가 월급날에는 분명 여유가 있었는데, 다음 월급날 직전에는 잔액이 10만 원도 남지 않았던 달을 다시 봤습니다. 그때 급한 지출을 메우려고 신용대출을 생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대출이 필요한 순간은 있습니다. 다만 한 번 들어온 돈보다 매달 빠져나갈 돈을 먼저 적어봐야 마음이 덜 급해집니다.
1. 필요한 금액을 잔액이 아니라 용도로 계산하기
통장에 300만 원이 부족해 보인다고 꼭 300만 원을 빌려야 하는 건 아닙니다. 카드 결제 예정액, 이번 달 생활비, 이미 잡힌 경조사비를 한데 섞으면 필요한 금액이 커 보이거든요. 가계부에는 지출을 ‘이번 달 꼭 내야 할 돈’,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돈’, ‘앞으로도 반복될 돈’으로 나눠 적습니다.
예를 들어 갑작스러운 수리비가 180만 원이고, 통장에서 쓸 수 있는 돈이 80만 원이라면 당장 비는 금액은 100만 원입니다. 반면 매달 생활비가 30만 원씩 모자라서 대출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요. 100만 원을 빌려도 석 달 남짓 지나면 같은 부족분이 다시 생깁니다. 이때는 대출 규모를 정하기 전에 최근 세 달의 반복 지출부터 봐야 합니다. 배달비를 무조건 끊자는 뜻은 아닙니다. 월 8만 원씩 나가는 구독료나 잘 쓰지 않는 서비스처럼 불편이 적은 곳부터 찾는 편이 오래갑니다.
2. 금리보다 먼저 월 상환액을 가계부에 넣기
신용대출 화면에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금리와 한도입니다. 그런데 가계부에서 중요한 숫자는 매달 실제로 낼 금액이에요. 세후 수입이 320만 원인 집을 가정해볼게요. 주거비와 공과금, 식비와 교통비 등 꼭 필요한 지출이 210만 원, 저축이 30만 원, 그 밖의 생활비가 50만 원이면 남는 돈은 30만 원입니다. 여기에 대출 상환액 30만 원을 넣으면 계산상 잔액은 0원입니다. 병원비나 가족 모임이 생기는 달에는 다시 카드값이 밀릴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상환액을 넣은 뒤에도 작은 여유가 남는지 봅니다. 저축을 한동안 조정할 계획이라면 그 기간과 다시 채울 시점도 함께 적고요. ‘매달 30만 원 정도는 어떻게든 낼 수 있겠지’보다 ‘지난 석 달 중 30만 원 이상 남은 달이 몇 번이었지’가 훨씬 현실적인 질문입니다. 들쑥날쑥한 수입이라면 가장 많이 번 달이 아니라 평소보다 적게 번 달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3. 같은 1,000만 원이어도 갚는 방식이 다르다
가령 1,000만 원을 연 6%에 빌렸다면, 원금을 그대로 두는 동안 첫 달 이자는 단순 계산으로 약 5만 원입니다. 연 8%라면 약 6만 7천 원이고요. 금리 2%포인트 차이가 작아 보여도 원금이 1,000만 원인 동안에는 한 달에 약 1만 7천 원 차이입니다. 실제 이자는 대출 일수와 잔액, 상품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상환 방식도 함께 봐야 합니다. 만기일시상환은 매달 이자 부담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만기에 원금 1,000만 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원리금균등상환은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월 지출을 예상하기 쉽지만, 초기 월 납입액은 이자만 낼 때보다 큽니다. 같은 금리라면 기간을 길게 잡을수록 월 납입액은 줄어드는 대신 전체 이자는 늘어나는 편입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 한눈에에서 상품 조건을 비교할 때도 금리 한 줄만 보지 말고, 상환 방식과 기간을 같은 조건으로 맞춰 봐야 차이가 읽힙니다.
4. 갚는 날짜와 중도상환 조건까지 적기
대출을 받은 뒤 가계부에 ‘대출 30만 원’ 한 줄만 적으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납입일이 월급일보다 앞서는지, 원금이 얼마나 줄었는지, 여윳돈이 생겼을 때 미리 갚는 데 비용이 드는지입니다. 납입일을 놓치지 않도록 급여가 들어오는 날짜와 자동이체 날짜를 나란히 적어두면 좋습니다. 통장에 상환액만 딱 남겨두기보다 공과금 같은 다른 자동이체도 함께 확인하고요.
중도상환수수료는 상품과 계약 시점에 따라 조건이 다를 수 있으니 약정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 안내처럼 조기상환 비용에 관한 제도도 바뀐 적이 있어, 예전에 들었던 수수료율을 지금 계약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됩니다. 여윳돈 100만 원이 생겼다면 전부 갚기 전에 다음 달 생활비와 비상 지출에 쓸 돈을 남길지도 함께 판단해야 합니다.
신용대출은 필요한 때 숨통을 틔워줄 수 있습니다. 다만 제 가계부에서 대출 여부를 가르는 숫자는 최대한도가 아니라 ‘갚고 난 다음 달에도 생활이 돌아가는가’였습니다. 대출을 고민하는 달이라면 신청 화면의 한도보다 지난 석 달 가계부의 남은 돈을 먼저 펼쳐보는 게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