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연금 가입 전 가계부로 따져볼 4가지

가계부를 10년 넘게 쓰다 보니, 오래 넣어야 하는 돈일수록 수익률보다 먼저 보게 되는 숫자가 있습니다. 매달 정말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금액입니다. 변액연금을 권유받았다는 지인도 처음엔 예상 연금액을 물었지만, 함께 가계부를 펼치고 나서는 월 보험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1. 월 보험료가 남는 돈인지 본다
변액연금은 보험료 일부를 펀드로 운용하고, 그 실적이 적립금에 반영되는 연금보험입니다. 오랜 기간 유지할 생각으로 가입하는 만큼 첫 달 납입 가능 여부만으로 금액을 정하면 곤란합니다.
예를 들어 월수입이 300만 원인 집에서 고정지출 190만 원, 식비·교통비 65만 원, 경조사나 병원비를 위한 돈 20만 원을 빼면 25만 원이 남습니다. 여기서 변액연금에 20만 원을 넣으면 여유는 5만 원입니다. 숫자상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냉장고가 고장 나는 달엔 바로 흔들릴 수 있죠. 반대로 월 8만 원으로 시작하면 17만 원을 다른 상황에 쓸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오래 유지하기 편할지는 가계부가 더 잘 말해줍니다.
저라면 최근 6개월의 실제 지출에서 비정기 지출까지 빼고 납입액을 잡겠습니다. 노후 준비 때문에 이번 달 생활비가 모자라 카드값을 미루게 된다면 금액을 낮춰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2. 낸 보험료 전부가 투자되지는 않는다
월 20만 원을 내면 20만 원이 그대로 펀드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생명보험협회 안내에 따르면 변액보험은 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 등을 차감한 금액을 운용합니다. 운용 과정에서도 펀드 보수와 상품에 따른 보증비용 등이 빠질 수 있습니다. 같은 펀드 수익률을 보더라도 실제 내 적립금의 증가폭은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월 20만 원씩 15년이면 낸 돈은 총 3,600만 원입니다. 하지만 3,600만 원에 예상 수익률을 곱해 미래 연금액을 단순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비용이 얼마나, 언제 빠지는지는 상품마다 다르고 펀드 실적도 매년 달라지니까요. 가입을 검토한다면 상품설명서에서 사업비와 펀드 보수, 보증비용을 확인하고 납입보험료·계약자 적립금·예상 해지환급금을 각각 구분해 보는 게 좋습니다.
3. 보증금액과 중도 해지금액을 구분한다
‘최저보증’이라는 말은 든든하게 들립니다. 그런데 무엇을, 어느 시점에 보증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변액연금은 상품에 따라 연금 개시 시점의 적립금에 최저보증 조건이 붙을 수 있지만, 그 전에 해지할 때 받는 돈까지 같은 조건으로 보증되는 것은 아닙니다. 운용 실적이 좋지 않거나 일찍 해지하면 낸 보험료보다 해지환급금이 적을 수 있습니다.
가령 월 20만 원을 5년 납입하면 낸 돈은 1,200만 원입니다. 이 금액을 5년 뒤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교육비나 이사비를 계획하면 난처해질 수 있습니다. 그때 쓸 가능성이 있는 돈은 별도로 두고, 변액연금에는 오래 묶어도 되는 금액을 넣는 편이 생활에 맞습니다. 가입 전에는 3년·5년·10년 시점의 예상 해지환급금을 같은 조건으로 확인해 보세요. 예상 금액은 확정된 지급액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4. 이미 가입했다면 유지 여부를 숫자로 판단한다
가계부에서 변액연금이 부담으로 보인다고 바로 해지 버튼을 누를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낸 돈과 오늘 해지할 때 받는 돈, 앞으로 낼 보험료를 따로 적어보면 판단이 한결 또렷해집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1,000만 원을 냈고 해지환급금이 820만 원이라면, ‘180만 원이 아까워서 계속 낸다’는 마음만으로 결정하기 쉽습니다. 앞으로의 납입이 우리 집 예산에 맞는지, 상품 조건이 필요한지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보험회사에 현재 적립금과 해지환급금, 향후 납입액, 연금 개시 조건을 확인해 두세요. 보험료 조정이나 납입 중지처럼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도 계약 조건에 따라 물어볼 만합니다. 펀드 구성과 운용 성과는 생명보험협회 공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수익률이 앞으로의 수익률을 약속하지는 않으니 한 시기의 숫자만 보고 서두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변액연금이 우리 집에 맞는지는 화려한 예상 연금액보다 매달 가계부를 닫을 때 드러납니다. 생활비와 갑작스러운 지출을 감당하면서도 꾸준히 낼 수 있다면 검토할 여지가 있습니다. 저는 노후를 위해 넣는 돈이 지금의 생활을 자꾸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는지부터 보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