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작할 때 가계부에서 바꿀 4가지

가계부를 10년 넘게 쓰면서 가장 자주 본 건 큰 낭비보다 작은 지출의 반복이었습니다. 한 달에 커피 몇 잔 덜 마셨느냐보다, 월급이 들어와 나갈 때까지 돈의 자리를 정해뒀느냐가 잔고를 더 크게 바꿨습니다. 재테크를 시작하고 싶은데 투자할 돈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지난달 가계부 한 장부터 펼쳐보면 좋겠습니다.
1. 월급에서 먼저 빠지는 돈을 한 줄에 모으기
실수령액이 300만 원인 집을 예로 들어볼게요. 주거비와 관리비 90만 원, 통신·보험·교통비 40만 원, 대출 상환액 20만 원이면 월급날 이미 150만 원의 용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통장에 300만 원이 찍혔다고 그만큼 쓸 수 있는 건 아니죠. 가계부 첫 줄에 고정 지출 합계 150만 원을 적으면 남은 돈을 훨씬 현실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확인할 건 금액뿐 아니라 빠져나가는 날짜입니다. 월급은 25일에 들어오는데 카드값은 20일에 나간다면, 지난달 돈을 미리 남겨둬야 합니다. 이 순서를 놓치면 한 달 전체로는 흑자여도 결제일마다 잔고가 모자랍니다. 저는 자동이체 날짜를 적은 뒤 그 돈을 생활비와 따로 표시합니다. 통장을 꼭 여러 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가계부에만 구분해도 같은 돈을 두 번 쓰는 일을 줄일 수 있어요.
보험료나 통신비를 볼 때도 무조건 해지부터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쓰는 보장과 서비스를 확인하고, 겹치거나 거의 쓰지 않는 항목이 있는지 살핍니다. 한 번 바꾸면 매달 이어지는 비용이라 시간을 들일 만합니다.
2. 작은 소비는 금지보다 횟수로 보기
커피 한 잔에 4,500원을 쓰는 사람이 일주일에 두 번 사 마시면, 4주 기준 한 달 3만 6,000원입니다. 그 시간이 즐거운 휴식이라면 없앨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별생각 없이 주 다섯 번 마셨다면 같은 기준으로 9만 원이죠. 두 경우의 차이인 5만 4,000원을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결제하는 것은 다릅니다.
배달 음식도 비슷합니다. 한 번에 2만 5,000원씩 네 번 주문하면 10만 원입니다. 바쁜 주에 한 번 시켜 먹는 비용까지 죄책감으로 묶으면 예산을 오래 지키기 어렵습니다. 저는 가계부에 ‘줄일 소비’ 대신 ‘만족했던 소비’ 표시를 해둡니다. 배달 네 번 중 한 번이 별로였다면 다음 달에는 그 한 번만 다른 식사로 바꿉니다. 목표는 지출을 0원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쓴 돈이 아깝지 않은 쪽으로 옮기는 겁니다.
변동 생활비가 월 90만 원이라면 우선 4주에 20만 원씩 쓰고 10만 원은 남겨두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주마다 지출이 똑같지는 않으니 남은 10만 원은 병원 방문이나 약속이 몰리는 주에 씁니다. 주간 금액은 감시용 숫자가 아니라, 월말에 카드값을 보고 놀라지 않기 위한 기준선입니다.
3. 가끔 나가는 돈에도 매달 자리를 만들기
자동차 보험료, 명절 비용, 경조사비처럼 해마다 돌아오는 지출은 ‘갑자기 생긴 일’로 적기 쉽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도 냈고 올해도 낼 가능성이 크다면 월 예산에 넣는 편이 편합니다. 연간 예상액이 120만 원이면 매달 10만 원씩 떼어두는 식입니다. 실제 납부액은 달라질 수 있으니 지난 1년 기록을 보고 금액을 조정합니다.
앞의 300만 원 가계라면 고정 지출 150만 원, 변동 생활비 90만 원, 비정기 지출 준비금 20만 원을 빼고 40만 원이 남습니다. 여기서 20만 원은 저축하고 20만 원은 추가 지출에 대비하는 식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숫자는 모든 집에 맞는 비율이 아닙니다. 아이 교육비가 많거나 수입이 들쑥날쑥하면 항목과 금액도 달라져야 합니다.
특히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면 가장 많이 번 달을 기준으로 생활비를 잡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최근 몇 달 중 수입이 적었던 달에도 낼 수 있는 고정비를 먼저 확인하고, 수입이 더 들어온 달에 비정기 지출 준비금과 저축을 채웁니다. 월급이 적은 달마다 저축액을 못 지켰다고 자책하는 것보다 지속하기 쉽습니다.
4. 저축액을 정하고 다음 달에 다시 맞추기
남는 돈을 모두 모으겠다고 하면 월말에는 남는 돈이 없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축 목표를 월급날 숫자로 적습니다. 앞의 예시에서는 우선 20만 원입니다. 20만 원씩 12개월이면 240만 원이지만, 중간에 필요한 지출이 생기면 실제 잔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상 금액을 약속처럼 여기기보다 생활비와 함께 조정할 계획으로 두는 게 낫습니다.
저축하기 전에 연체된 납부금이나 이자 부담이 큰 빚이 있는지도 함께 봅니다. 갚아야 할 돈을 빼놓고 저축액만 늘리면 다음 달 생활비가 더 빠듯해질 수 있습니다. 돈의 목적이 비상금인지, 몇 달 뒤 낼 비용인지도 적어두세요. 이름이 붙은 돈은 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월말에는 항목을 너무 잘게 쪼개지 않고 세 가지만 봅니다. 계획보다 많이 쓴 곳, 생각보다 덜 쓴 곳, 다음 달에 날짜가 잡힌 큰 지출입니다. 한 달 예산이 틀어졌다면 실패로 표시하지 않고 다음 달 숫자를 고칩니다. 가계부는 잘 참았는지 채점하는 표가 아닙니다. 우리 집 돈이 실제로 어디에서 편안하게 쓰이고, 어디에서 자꾸 모자라는지 알려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