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보험 월급에서 빠지는 돈을 읽는 5가지 방법

얼마 전 가계부를 보다가 월급 입금액만 보고 예산을 짰던 달이 떠올랐습니다. 세전 월급은 300만 원인데 통장에는 생각보다 덜 들어오고, 카드값은 그대로 나가니 괜히 월급이 작아진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숫자를 쪼개 보니 범인은 대체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소득세도 있지만, 매달 고정으로 빠지는 4대보험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4대보험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말합니다. 직장인 기준으로는 산재보험을 회사가 전액 부담하고,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은 근로자와 회사가 나누어 냅니다. 그래서 월급명세서를 볼 때는 “세전에서 왜 이렇게 빠졌지?”보다 “내가 매달 어떤 안전망에 얼마를 넣고 있지?”로 보는 편이 마음도 덜 상하고 예산도 정확해집니다.
1. 세전 월급보다 실수령액으로 예산을 잡기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가장 흔한 실수가 보입니다. 월급 300만 원을 번다고 생각하고 생활비를 짜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은 세전 300만 원이 아니라 통장에 들어온 금액으로 돌아갑니다. 2026년 기준 직장가입자 근로자 부담분을 단순 계산하면 국민연금 4.75%, 건강보험 3.595%, 고용보험 0.9%가 기본으로 빠지고, 장기요양보험료도 건강보험료에 붙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안내 기준으로 2026년 건강보험료율은 전체 7.19%이고,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연동됩니다.
예를 들어 월 보수 300만 원인 직장인이라면 국민연금 약 14만2,500원, 건강보험 약 10만7,850원, 장기요양보험 약 1만4,000원대, 고용보험 약 2만7,000원 정도가 빠질 수 있습니다. 4대보험 근로자 부담만 대략 29만 원 안팎입니다. 여기에 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더해지면 실수령액은 더 줄어듭니다. 그러니 고정지출 표의 출발점은 세전 월급이 아니라 ‘실제로 찍힌 입금액’이어야 합니다.
2. 월급명세서에서 4대보험 4줄만 먼저 보기
월급명세서를 받으면 항목이 많아서 눈이 피곤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전부 보지 않고 4줄만 먼저 봅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입니다. 이 네 줄의 합계를 지난달과 비교하면 월급이 오른 건지, 공제액이 오른 건지, 연말정산이나 건강보험 정산이 섞인 건지 감이 잡힙니다.
- 국민연금: 노후 소득을 위한 보험료이며 근로자와 회사가 나누어 부담합니다.
- 건강보험: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험료입니다.
- 장기요양보험: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돌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하는 보험료입니다.
- 고용보험: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같은 고용 안전망과 연결됩니다.
- 산재보험: 업무상 사고와 질병에 대비하는 보험료로, 일반 근로자는 회사가 부담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아낄 수 있는 돈’과 ‘제도로 빠지는 돈’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4대보험은 커피값처럼 바로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아닙니다. 대신 이 금액을 고정비로 인정하고 나머지 돈 안에서 식비, 교통비, 구독료를 조절해야 가계부가 덜 흔들립니다.
3. 월급 300만 원과 400만 원의 차이를 숫자로 보기
월급이 오르면 당연히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세전 인상분이 그대로 통장에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월 보수 300만 원과 400만 원을 단순 비교해 보면 체감이 빠릅니다. 300만 원일 때 4대보험 근로자 부담이 약 29만 원대라면, 400만 원에서는 국민연금 약 19만 원, 건강보험 약 14만3,800원, 장기요양보험 약 1만8,000원대, 고용보험 약 3만6,000원으로 합계가 약 38만 원대가 됩니다.
세전 월급이 100만 원 늘어도 4대보험만 약 9만 원 이상 더 빠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득세까지 생각하면 실제 추가 입금액은 100만 원보다 작습니다. 그래서 급여가 올랐을 때는 인상분 전부를 새 소비로 잡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인상분이 생기면 절반은 자동이체 저축이나 비상금으로 먼저 빼고, 나머지만 생활비에 반영하는 방식이 제일 오래 갔습니다. 참을성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4. 건강보험 정산 달에는 생활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직장인 가계부에서 은근히 복병인 달이 있습니다. 건강보험료 정산이 반영되는 시기입니다. 전년도 보수 변동에 따라 추가 납부나 환급이 생길 수 있어서, 평소보다 공제액이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습니다. 월급이 갑자기 줄어든 것처럼 느껴져도 소비가 늘어서가 아니라 정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그 달을 실패한 달로 보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가계부에 ‘정산성 지출’이라고 따로 표시해 두면 다음 해에 덜 당황합니다. 예를 들어 4월 급여에서 건강보험 정산으로 12만 원이 더 빠졌다면, 식비 초과나 쇼핑 과소비와 같은 칸에 넣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성격이 다른 지출을 한 칸에 넣으면 다음 달 계획까지 틀어집니다.
5. 4대보험을 줄이기보다 생활비 기준선을 다시 잡기
4대보험은 아까운 돈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월급명세서에서 공제 합계가 크게 보이면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돈은 할인쿠폰 찾듯 줄이는 항목이 아닙니다. 직장가입자라면 법정 요율에 따라 계산되고, 회사 부담분도 같이 붙어 있습니다. 산재보험처럼 내가 직접 내지 않지만 내 근로 환경을 보호하는 항목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방법은 4대보험을 없애려는 게 아니라, 실수령액 기준으로 생활비 기준선을 낮추는 것입니다. 월급이 300만 원이라면 ‘나는 300만 원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세금과 4대보험을 뺀 돈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보는 겁니다. 고정비 50%, 변동비 30%, 저축 20%처럼 비율을 잡을 때도 세전이 아니라 실수령액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작은 팁을 하나 더하자면, 월급명세서 사진을 매달 저장해 두고 4대보험 합계만 가계부 메모에 적어두면 좋습니다. 1년치가 쌓이면 내 월급의 흐름이 보입니다. 어느 달에 왜 덜 들어왔는지, 급여 인상 후 실제로 얼마가 늘었는지, 정산 때문에 흔들린 달은 언제였는지 숫자로 남습니다. 돈 관리는 의지보다 기록이 오래 갑니다. 4대보험도 막연히 빠져나가는 돈으로 두기보다, 내 월급 구조를 읽는 첫 번째 단서로 보면 훨씬 덜 억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