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대출 받기 전 꼭 계산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가계부를 넘겨보다가 예전에 급하게 받았던 대출 이자 칸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원금은 분명 필요한 돈이었는데, 매달 빠져나간 이자를 모아보니 생각보다 꽤 큰 생활비였거든요. 캐피탈대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상품이라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지만, 급한 마음으로 한도만 보고 들어가면 매달 예산표가 금방 빡빡해집니다.
1. 한도보다 월 상환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캐피탈대출 광고를 보면 보통 한도와 승인 속도가 먼저 보입니다. 그런데 가계부 입장에서는 한도보다 월 상환액이 먼저입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연 14% 안팎으로 36개월 원리금균등 상환한다고 가정하면 월 납입액은 대략 34만원대가 됩니다. 총 이자는 약 220만원대까지 커질 수 있습니다. 같은 1,000만원이라도 기간이 길어지면 월 납입액은 낮아지지만 총 이자는 늘어납니다.
제가 가계부에서 대출을 볼 때 쓰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월급에서 고정비, 식비, 교통비, 보험료, 통신비를 뺀 뒤 남는 돈의 30%를 넘는 상환액은 위험 신호로 봅니다. 남는 돈이 100만원인데 대출 상환액이 40만원이면 숫자상으로는 가능해 보여도 실제 생활에서는 병원비, 경조사, 자동차 수리비 한 번에 바로 흔들립니다.
2. 캐피탈대출 전 확인할 5가지 숫자
첫째, 금리가 아니라 총이자
연 12%, 연 15% 같은 금리 숫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만 체감이 약합니다. 그래서 저는 무조건 총이자로 바꿔 봅니다. 700만원을 빌렸는데 총이자가 90만원인지, 160만원인지 확인하면 마음이 훨씬 또렷해집니다. 금리 1~2%포인트 차이가 작아 보여도 3년, 5년으로 늘어나면 냉장고 하나 값이 되기도 합니다.
둘째, 중도상환수수료
상여금이나 성과급으로 빨리 갚을 계획이라면 중도상환수수료를 꼭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은 원금이 700만원이고 수수료율이 1.5%라면 단순 계산으로 10만5천원입니다. 빨리 갚는 게 유리한지, 몇 달 더 나눠 갚는 게 나은지는 이 수수료까지 넣어야 판단이 됩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서는 회사별 대출, 할부 관련 수수료와 평균금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니 약정 전 비교용으로 쓰기 좋습니다.
셋째, 연체이자와 자동이체일
캐피탈대출은 연체가 생기면 이자 부담뿐 아니라 신용관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자동이체일을 월급일 바로 다음 날로 둘지, 카드값 빠진 뒤로 둘지에 따라 연체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저는 대출 상환일을 월급 후 2~3일 안쪽에 두는 쪽을 선호합니다. 돈이 통장에 오래 머물수록 다른 지출에 섞이기 쉽습니다.
넷째, 다음 대출에 미치는 영향
캐피탈대출을 받으면 당장 필요한 돈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후 전세대출, 자동차대출, 신용대출을 다시 받을 때 기존 부채와 월 상환액이 함께 계산됩니다. 500만원짜리 소액 대출이라도 여러 건으로 쌓이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매달 나가는 고정 부담으로 봅니다. 그래서 새 대출을 받기 전에는 현재 남은 대출 건수부터 줄이는 편이 낫습니다.
다섯째, 대출계약 철회와 금리인하요구권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대출성 상품은 일정 요건에서 계약서류를 받은 날이나 대출금 지급일 중 늦은 날부터 14일 안에 철회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점수 개선처럼 신용상태가 좋아졌다면 금리인하요구권 대상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상품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고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권리입니다.
3. 가계부에 넣으면 바로 보이는 위험 신호
캐피탈대출을 고민할 때 저는 종이에 세 줄을 씁니다. 현재 고정비, 새로 생길 상환액, 줄일 수 있는 지출입니다. 여기서 줄일 수 있는 지출이 막연하면 대출 후 생활이 꽤 힘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월 상환액이 28만원인데 줄일 항목이 배달음식 8만원, 구독 2만원뿐이라면 나머지 18만원은 결국 비상금이나 카드값으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 월 상환액이 남는 돈의 30%를 넘는 경우
- 대출금을 생활비 부족분으로 계속 메우는 경우
- 기존 카드값을 갚으려고 새 대출을 받는 경우
- 중도상환 계획이 없는데 기간만 길게 잡는 경우
- 비상금이 0원인 상태에서 상환을 시작하는 경우
이 중 두 가지 이상이 겹치면 저는 일단 금액을 줄이거나 기간을 다시 계산합니다. 절약을 더 세게 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이미 빠듯한 생활에 대출 상환을 얹으면 사람은 숫자보다 먼저 지칩니다.
4. 빌려도 되는 돈과 늦춰야 하는 돈
캐피탈대출이 비교적 납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퇴근에 꼭 필요한 차량 수리비, 소득이 끊기지 않게 만드는 장비 구입, 병원비처럼 미루면 더 큰 비용이 되는 지출이 그렇습니다. 반대로 여행비, 가전 교체, 카드값 돌려막기처럼 없어도 당장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지출이라면 한 달만 늦춰도 선택지가 달라집니다.
제가 권하는 방식은 대출 가능 여부보다 상환 가능한 생활을 먼저 만드는 것입니다.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는 말과 36개월 동안 매달 34만원을 편하게 낼 수 있다는 말은 전혀 다릅니다. 가계부는 우리를 혼내는 장부가 아니라 다음 달의 나를 덜 곤란하게 만드는 지도에 가깝습니다. 캐피탈대출도 그 지도 위에 놓고 보면 급한 불을 끄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몇 달 뒤 더 큰 고정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승인 문자보다 내 통장에 남는 숨 쉴 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