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대출 전 가계부에 먼저 넣어볼 5가지 숫자

얼마 전 제 가계부를 다시 넘겨보다가, 대출 이자는 한 번 계약하면 매달 자동이체처럼 조용히 생활비를 밀어낸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캐피탈대출도 그렇습니다. 당장 승인 문자가 반갑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한도보다 월 상환액이 먼저입니다.
캐피탈사는 은행은 아니고 여신전문금융회사에 속합니다. 신용대출, 자동차담보대출, 할부금융처럼 빠르게 비교되는 상품이 많아 급할 때 눈에 들어옵니다. 다만 빠르다는 장점이 곧 싸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서도 신용점수별 평균금리와 중금리 신용대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같은 캐피탈대출이라도 신용점수, 소득, 기존 부채에 따라 조건 차이가 꽤 큽니다.
1. 한도보다 월 상환액부터 본다
가계부 기준으로는 ‘얼마까지 빌릴 수 있나’보다 ‘매달 얼마가 빠져도 버틸 수 있나’가 더 중요했습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연 15퍼센트, 3년 원리금균등으로 빌리면 대략 월 34만원 안팎이 나갑니다. 5년으로 늘리면 월 납입액은 줄지만 총이자는 늘어납니다. 눈앞의 월 부담만 보고 기간을 길게 잡으면, 작은 이자가 오래 붙어 생각보다 비싸집니다.
저는 대출을 볼 때 생활비 항목에 먼저 넣어봅니다. 월급 300만원 가구가 주거비 80만원, 식비 70만원, 보험과 통신비 35만원, 교통비 20만원, 기존 카드값 60만원을 쓰고 있다면 이미 265만원입니다. 여기에 캐피탈대출 상환액 30만원이 들어오면 남는 돈은 5만원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작은 병원비나 경조사비만 생겨도 카드값이 다시 늘어납니다.
2. 금리 3퍼센트포인트 차이는 꽤 크다
대출 금리는 숫자가 작아 보여도 가계부에서는 힘이 셉니다. 1,500만원을 4년 동안 갚는다고 할 때 연 12퍼센트와 연 15퍼센트의 월 상환액 차이는 몇 만원 수준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48개월을 곱하면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가까운 차이가 납니다. 커피 몇 잔 줄이는 문제보다 금리 비교 한 번이 더 클 때가 많습니다.
캐피탈대출을 비교할 때는 광고 금리보다 내게 적용되는 실제 금리를 봐야 합니다. ‘최저 연 몇 퍼센트’는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상담 화면이나 약정서에서 적용금리, 상환방식, 중도상환수수료, 부대비용을 같이 확인해야 가계부에 넣을 숫자가 나옵니다. 금융위원회 안내 기준으로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퍼센트입니다. 신규나 갱신 계약에서 이를 넘는 금리를 요구한다면 정상적인 금융거래로 보기 어렵습니다.
3. 대출 목적을 3칸으로 나눈다
저는 대출 목적을 세 칸으로 나눠 봅니다. 첫째는 소득을 지키기 위한 돈입니다. 출퇴근 차량 수리비, 갑작스러운 병원비, 사업 매출을 이어가기 위한 단기 운영비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둘째는 소비를 미루지 않기 위한 돈입니다. 여행, 가전 교체, 명품, 취미 장비처럼 없어도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항목입니다. 셋째는 기존 빚을 덮는 돈입니다.
- 소득을 지키는 돈이라면 상환계획을 숫자로 세워볼 만합니다.
- 소비를 앞당기는 돈이라면 한 달 기다렸을 때도 필요한지 다시 봅니다.
- 기존 빚을 갚기 위한 돈이라면 금리가 실제로 낮아지는지 계산해야 합니다.
특히 세 번째가 중요합니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를 캐피탈대출로 바꾸는 것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금리가 낮아지고 상환기간이 명확해진다면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 대출로 기존 빚을 갚고, 비워진 카드 한도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 부채는 더 커집니다. 가계부에서는 이걸 ‘대환’이 아니라 ‘빚 이동 후 재증식’으로 보게 됩니다.
4. 승인 가능성보다 신용점수 흐름을 본다
대출 조회 자체는 예전보다 부담이 줄었지만, 실제 실행 후에는 부채 규모와 업권, 상환 이력이 신용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캐피탈대출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게 나빠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미 카드론, 저축은행, 현금서비스가 섞여 있다면 새 대출이 신용 여력을 더 좁힐 수 있습니다.
제가 가계부에서 보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대출 후 6개월 동안 연체 없이 갚을 수 있는지, 카드값을 줄일 수 있는지, 비상금 1개월 치라도 남길 수 있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안 보이면 대출 승인보다 생활비 조정이 먼저입니다. 월 25만원 상환이 가능하다고 느껴져도, 실제 가계부에서 식비 10만원과 쇼핑 8만원, 배달 7만원을 꾸준히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5. 계약 전 확인할 6개 항목
캐피탈대출을 급하게 알아볼수록 약정서의 작은 항목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돈을 아끼는 건 대개 이 작은 항목입니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 안내에서도 대출 모집인 등록 여부, 선입금 요구, 불법 광고를 조심하라고 계속 말합니다. 대출을 받기 전에 돈을 먼저 보내라는 요구는 특히 멈춰야 합니다.
- 내 적용금리와 연체금리
- 원리금균등, 원금균등, 만기일시 등 상환방식
- 중도상환수수료율과 면제 시점
- 대출기간별 총이자
- 대출 모집인 등록 여부
-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가능 여부
금리인하요구권도 기억해둘 만합니다.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점수 개선처럼 신용상태가 나아졌다면 여신전문금융회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제도는 아니지만, 1년에 한 번 가계부 점검할 때 대출 금리도 같이 확인하면 놓치는 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가계부에는 대출도 생활비처럼 적는다
캐피탈대출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 있습니다. 은행 대출이 어렵고, 시간이 촉박하고, 당장 해결해야 할 지출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쓰지 말자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다만 대출을 ‘들어온 돈’으로 보면 마음이 느슨해지고, ‘앞으로 빠질 생활비’로 보면 판단이 차분해집니다.
제 가계부에서는 대출금 입금일보다 첫 상환일이 더 중요한 날짜였습니다. 그날부터 매달 같은 금액이 빠져나가고, 생활비는 그만큼 작아집니다. 캐피탈대출을 고를 때도 승인 속도보다 첫 상환일 이후의 한 달을 먼저 떠올리면, 급한 마음속에서도 덜 비싼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