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받기 전 꼭 계산할 5가지 가계부 숫자

얼마 전 가계부 상담을 하다가 전세대출 이자 때문에 식비를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출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의 순서가 꼬이면 생활이 먼저 답답해집니다. 전세대출은 집을 구할 때는 든든한 도구지만, 계약서에 도장 찍은 뒤에는 2년 내내 가계부에 자리를 차지하는 고정비가 됩니다.
저는 전세대출을 볼 때 한도보다 월 부담액을 먼저 봅니다. 은행에서 얼마까지 가능하다고 말해도 우리 집 가계부가 버틸 수 있는 금액은 따로 있습니다. 특히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가도 체감이 꽤 큽니다. 2억 원을 빌렸다면 연 이자가 약 200만 원 늘고, 한 달로 나누면 약 16만 6천 원입니다. 이 정도면 통신비 한 가구분이거나, 장보기 예산의 한 주치가 됩니다.
1. 대출 가능액보다 월 이자부터 계산하기
전세대출 상담을 받으면 자연스럽게 한도에 눈이 갑니다. 그런데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한도는 출발점이 아니라 유혹에 가깝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1억 5천만 원을 연 4%로 빌리면 1년 이자는 600만 원, 한 달 이자는 50만 원입니다. 2억 원이면 월 약 66만 7천 원입니다. 금리가 5%라면 2억 원 기준 월 약 83만 3천 원까지 올라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현재 금리 하나만 보는 게 아닙니다. 변동금리라면 오른 금리도 같이 적어야 합니다. 저는 가계부에 항상 세 줄로 씁니다. 현재 금리 기준, 1%포인트 상승 기준, 2%포인트 상승 기준입니다. 이렇게 적으면 마음이 조금 차분해집니다. 막연히 무섭던 대출이 숫자로 보이고, 감당 가능한 선도 보입니다.
- 대출 1억 원, 연 4%: 월 이자 약 33만 3천 원
- 대출 1억 5천만 원, 연 4%: 월 이자 약 50만 원
- 대출 2억 원, 연 5%: 월 이자 약 83만 3천 원
2. 월급의 30% 안에 주거비를 넣어보기
생활비가 편한 집은 대체로 주거비가 너무 크지 않습니다. 저는 전세대출 이자, 관리비, 공과금, 주차비까지 묶어서 월급의 30% 안에 들어오는지 먼저 봅니다. 세후 월소득이 350만 원인 집이라면 주거비 전체가 105만 원을 넘지 않는 쪽이 생활이 덜 흔들립니다.
예를 들어 전세대출 이자가 70만 원이고 관리비와 공과금이 28만 원이면 이미 98만 원입니다. 여기에 주차비 8만 원이 붙으면 106만 원입니다. 숫자만 보면 1만 원 초과지만, 실제로는 계절 공과금과 소모품 비용 때문에 더 빡빡하게 느껴집니다. 여름 전기요금, 겨울 난방비가 올라오는 달에는 카드값이 평소보다 쉽게 부풀어 오릅니다.
월급이 500만 원인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자 90만 원을 낼 수는 있어도, 관리비까지 포함한 주거비가 150만 원을 넘어가면 여행, 경조사, 병원비 같은 변동 지출을 카드 할부로 밀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집을 고를 때는 보증금만 보지 말고 관리비 내역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3. 이사비와 중개보수를 현금으로 남겨두기
전세 계약은 대출 실행일만 넘기면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사비, 중개보수, 도배나 청소, 인터넷 설치비, 가전 교체비가 한꺼번에 붙습니다. 가계부에서 이 부분을 빼먹으면 입주 첫 달부터 카드값이 흔들립니다.
제가 현실적으로 잡는 최소 예비비는 300만 원입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가족 단위 이사를 한다면 500만 원 이상도 낯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포장이사 160만 원, 중개보수 120만 원, 입주청소 35만 원, 커튼과 소모품 45만 원, 인터넷 이전과 기타비 20만 원이면 벌써 380만 원입니다. 여기에 전 집 관리비 정산이나 가전 수리비가 생기면 400만 원을 넘깁니다.
대출을 조금 더 받아 보증금을 맞추는 것보다, 입주 후 두세 달을 버틸 현금을 남겨두는 편이 생활에는 더 낫습니다. 현금이 없으면 작은 변수도 카드론이나 마이너스통장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전세대출은 보증금을 위한 빚인데, 이사비 때문에 또 다른 빚이 생기면 속도가 너무 빨라집니다.
4. 2년 뒤 재계약 비용을 미리 적어두기
전세는 계약 첫날보다 2년 뒤가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보증금이 오를 수도 있고, 대출 연장 조건이 달라질 수도 있고, 금리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은행과 보증기관의 기준은 상품과 시점에 따라 달라지니 계약 전에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계부에는 2년 뒤 시나리오를 아주 단순하게 적으면 됩니다. 보증금이 2천만 원 오르는 경우, 5천만 원 오르는 경우,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입니다. 보증금 3천만 원이 추가로 필요할 때 전부 대출로 메우면 연 4% 기준 월 이자가 약 10만 원 늘어납니다. 연 5%라면 약 12만 5천 원입니다. 숫자가 작아 보여도 휴대폰 요금제 두 개를 낮춰야 맞출 수 있는 돈입니다.
저는 전세로 사는 동안 매달 재계약 적립금을 따로 두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2년 동안 매달 20만 원씩 모으면 480만 원입니다. 보증금 상승분 전체를 막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이사비나 금리 상승분을 흡수하는 완충재가 됩니다. 이 돈이 있으면 집주인과 협의할 때도 마음이 덜 급해집니다.
5. 절약은 죄책감보다 구조로 만드는 게 오래간다
전세대출을 받은 뒤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면 가장 먼저 볼 곳은 커피값 하나가 아닙니다. 반복 결제, 배달 빈도, 차량 유지비, 통신비, 보험료처럼 매달 자동으로 나가는 항목부터 봐야 합니다. 하루 커피 한 잔을 끊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고, 실패하면 괜히 마음만 나빠집니다.
예를 들어 구독 서비스 3개를 줄여 2만 5천 원, 알뜰폰으로 바꿔 3만 원, 배달을 주 3회에서 주 1회로 줄여 12만 원을 줄이면 한 달에 17만 5천 원이 생깁니다. 이 돈은 대출금 4천만 원의 금리가 5%에서 6%로 오른 정도의 부담을 버티는 금액과 비슷합니다. 작은 습관이 숫자로 연결되는 순간, 절약은 참는 일이 아니라 선택지를 늘리는 일이 됩니다.
단, 너무 빡빡한 예산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식비, 병원비, 부모님 용돈, 아이 비용은 달마다 출렁입니다. 저는 전세대출 이후에도 월소득의 5~10%는 비상금이나 여유 지출로 남겨두는 편을 권합니다. 전부 대출 이자에 맞춰 버리면 생활이 계속 긴장 상태가 됩니다.
계약 전 가계부에 적을 숫자
- 대출금과 금리별 월 이자
- 관리비, 공과금, 주차비를 포함한 실제 주거비
- 이사비와 중개보수까지 포함한 입주 첫 달 비용
- 2년 뒤 보증금 상승에 대비한 월 적립액
- 반복 지출에서 줄일 수 있는 고정 절약액
전세대출은 잘 쓰면 주거를 안정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다만 은행 한도에 맞춰 집을 고르면 매달의 생활이 대출에 끌려갈 수 있습니다. 내 가계부가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집인지, 금리가 조금 올라도 저녁 장보기가 무너지지 않는지, 그 숫자를 먼저 보는 게 결국 가장 현실적인 주거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