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통합대출 전에 꼭 보는 5가지 숫자

얼마 전 가계부 상담을 하다가 카드론 2건, 현금서비스 잔액, 저축은행 대출 1건을 동시에 갚는 분을 만났습니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107만원이었고, 채무통합대출을 받으면 월 납입액이 64만원까지 내려간다고 하더군요. 듣기에는 숨통이 확 트이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원금이 줄어드는 구조가 아니라 상환 기간이 길어지는 구조라면, 좋아진 건 이번 달 통장 잔고뿐일 수 있습니다.
1. 월 납입액보다 총상환액
채무통합대출을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월 납입액입니다. 107만원이 64만원으로 줄면 당장 생활비 카드 긁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기존 대출이 24개월 남았고 새 대출이 60개월짜리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매달 43만원이 줄어도 3년을 더 갚는다면 총이자는 오히려 늘 수 있습니다.
- 현재 남은 원금 합계
- 현재 대출을 끝까지 갚을 때의 총이자
- 새 대출의 원금과 총이자
- 상환 기간이 몇 개월 늘어나는지
저는 가계부에 이 네 줄을 적어 놓고 봅니다. 월 납입액만 낮아지는 상품은 생활비 응급처치에 가깝고, 총상환액까지 줄어드는 상품은 진짜 갈아타기에 가깝습니다.
2. 금리 차이는 최소 3%포인트 이상
연 18% 카드론을 연 11% 신용대출로 옮긴다면 의미가 큽니다. 1,000만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1년 이자 차이가 약 70만원입니다. 반대로 연 14% 대출을 연 13% 상품으로 묶으면서 수수료가 붙고 기간까지 길어진다면 체감 이득은 작습니다.
금융위원회 안내 기준으로 현재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가 중요한 기준선입니다. 이미 20%에 가까운 고금리 대출을 쓰고 있다면 제도권 대환이나 정책서민금융을 먼저 확인할 만합니다. 서민금융진흥원에는 소득과 신용 조건에 따라 볼 수 있는 새희망홀씨, 햇살론 계열 상품이 있고, 실제 가능 여부는 심사에서 갈립니다.
3. 중도상환수수료와 부대비용
채무통합대출 상담에서 빠지기 쉬운 돈이 중도상환수수료입니다. 기존 대출을 갚고 새 대출로 옮길 때 수수료가 20만원, 40만원 붙으면 금리 인하 효과가 몇 달씩 밀립니다. 인지세, 보증료, 플랫폼 이용 비용처럼 이름이 다른 비용도 같이 봐야 합니다.
제가 쓰는 간단한 계산법
새 대출로 1년에 아끼는 이자가 60만원인데 갈아타는 비용이 45만원이면 첫해 이득은 15만원입니다.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지만, 서류 준비와 신용조회, 상환 기간 증가까지 감안하면 기대보다 작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1년에 120만원 이상 줄고 비용이 20만원 안팎이라면 꽤 괜찮은 편입니다.
4. 내 가계부가 버틸 월 상환액
은행 심사를 통과하는 것과 우리 집 가계부가 버티는 것은 다릅니다. 월 실수령 320만원 가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고정비 165만원, 식비와 교통비 같은 변동비 90만원, 보험과 통신비 35만원이 나가면 이미 290만원입니다. 이 상태에서 대출 상환액을 50만원으로 잡으면 매달 20만원이 비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대출을 묶기 전에 먼저 생활비 하한선을 잡습니다. 식비를 무리하게 30만원으로 줄이는 식의 계획은 오래 못 갑니다. 실제 3개월 평균 식비가 68만원이었다면 새 예산은 60만원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죄책감으로 만든 숫자보다 반복 가능한 숫자가 오래 갑니다.
- 최근 3개월 평균 고정비
- 최근 3개월 평균 변동비
- 예상치 못한 지출용 5만~10만원
- 남은 금액 안에서 가능한 월 상환액
5. 선입금 요구는 바로 멈추기
채무통합대출을 검색하면 문자와 전화가 정말 많이 옵니다. 특히 저금리 승인, 정부지원, 당일 실행 같은 말이 붙으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은 대환대출을 빙자해 기존 대출 상환금, 보증료, 수수료를 먼저 보내라고 하는 유형을 반복해서 주의하라고 안내합니다.
- 대출 전에 돈을 먼저 보내라고 한다
- 기존 대출을 지정 계좌로 갚으라고 한다
- 원격제어 앱 설치를 요구한다
- 통장,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달라고 한다
- 상담을 메신저로만 이어가자고 한다
이 중 하나라도 나오면 대출 조건이 좋아 보여도 멈추는 쪽이 낫습니다. 정상적인 금융회사는 대출 실행 전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라고 하지 않습니다. 급할수록 이 부분에서 사고가 납니다.
빚을 한 곳으로 모으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가계부를 오래 쓰면서 느낀 건, 사람을 망치는 건 빚 자체보다 숫자를 못 보게 만드는 불안이라는 점입니다. 채무통합대출은 이번 달 숨통과 앞으로 몇 년의 현금흐름을 같이 좋게 만들 때 의미가 있습니다. 월 납입액, 총상환액, 금리 차이, 수수료, 내 생활비 하한선까지 놓고 보면 선택이 훨씬 덜 흔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