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봐야 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지인 전세계약 얘기를 듣다가 또 가계부를 꺼냈습니다. 집 보러 다닐 때는 보증금 3억, 4억 같은 큰 숫자만 보이는데, 막상 살림을 흔드는 건 매달 빠져나가는 이자 10만 원, 관리비 5만 원, 교통비 8만 원 차이더라고요. 전세대출은 집을 구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2년 동안 내 월급표에 붙어 있는 고정비이기도 합니다.
저는 전세대출을 볼 때 “얼마까지 나오나”보다 “얼마까지 버틸 수 있나”를 먼저 봅니다. 은행 한도는 최대치에 가깝고, 내 가계부 한도는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 가깝습니다. 둘은 꽤 자주 다릅니다.
1. 대출 한도보다 월 이자부터 계산하기
예를 들어 전세대출 2억 원을 연 4% 금리로 받으면 1년 이자는 80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약 66만 7천 원입니다. 2억 5천만 원이면 월 이자가 약 83만 3천 원으로 올라갑니다. 금리가 0.5%p만 올라가도 2억 원 기준 월 부담은 약 8만 3천 원 늘어납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월세 70만 원은 무섭게 느끼는데, 전세대출 이자 67만 원은 이상하게 덜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보증금이 내 돈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매달 통장에서 나가는 돈만 놓고 보면 둘 다 고정 주거비입니다.
- 대출 1억 원, 금리 4%: 월 이자 약 33만 원
- 대출 2억 원, 금리 4%: 월 이자 약 67만 원
- 대출 3억 원, 금리 4%: 월 이자 약 100만 원
가계부에는 대출금액보다 월 이자를 먼저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2억 가능”보다 “매달 67만 원 고정”이 훨씬 현실적인 문장입니다.
2. 보증금 5천만 원 차이는 생활비 차이로 번진다
전셋집을 고르다 보면 5천만 원 차이가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조금 더 넓고, 역에서 가깝고, 햇빛도 좋으면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런데 5천만 원을 추가로 빌리고 금리가 4%라면 월 이자는 약 16만 7천 원 늘어납니다.
16만 7천 원이면 어떤 집에서는 한 달 식비의 20~25%입니다. 아이가 있는 집은 학원비 하나, 1인 가구는 통신비와 보험료를 합친 금액일 수도 있습니다. 집의 만족도가 그만큼의 생활비를 줄여도 괜찮을 정도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제가 가계부에서 자주 쓰는 방식은 “추가 보증금 월 환산표”입니다. 3천만 원 추가는 월 10만 원 안팎, 5천만 원 추가는 월 17만 원 안팎, 1억 원 추가는 월 33만 원 안팎으로 잡아봅니다. 정확한 금리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집을 고르는 단계에서는 이 정도 감각만 있어도 무리한 선택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3. 전세대출 심사에서 놓치기 쉬운 3가지
전세대출은 보통 보증기관과 은행 심사를 같이 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처럼 보증을 서는 기관에 따라 가능한 보증금, 보증 비율, 보증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연봉, 같은 집이어도 어느 상품을 쓰느냐에 따라 체감 조건이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소득보다 기존 대출이 더 크게 걸릴 수 있다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이 있으면 전세대출 한도나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보증부 전세자금대출은 일반적으로 DSR에서 다르게 취급되는 경우가 많지만, 은행 내부 심사와 상품 구조에 따라 실제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원금을 같이 갚는 방식, 보증이 약한 상품, 다른 대출이 많은 경우에는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보증료도 비용이다
전세대출을 받을 때 이자만 보는 분들이 많은데 보증료도 살림돈입니다. 보증기관과 조건에 따라 연 단위로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2년 계약이면 그 차이가 더 커집니다. 보증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가거나 대출 실행 때 한 번에 나가면 체감이 덜하지만, 가계부에는 주거비로 넣는 게 맞습니다.
갱신 때 금리가 다시 계산될 수 있다
처음 받은 금리가 2년 내내 그대로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변동금리라면 기준금리와 은행 가산금리 흐름에 따라 부담이 달라집니다. 갱신 시점에 보증금이 오르면 추가 대출이 필요할 수도 있고, 소득이나 기존 부채 상황이 바뀌면 생각보다 한도가 빡빡해질 수 있습니다.
4. 내 가계부 기준 전세대출 안전선 잡는 법
제가 권하는 방식은 월 소득에서 주거비 상한선을 먼저 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세후 월소득이 350만 원인 가구라면 전세대출 이자, 관리비, 공과금 일부를 합친 주거 고정비가 90만 원을 넘는 순간 생활이 꽤 답답해집니다. 이자만 70만 원이고 관리비가 18만 원이면 이미 88만 원입니다.
여기에 교통비도 같이 봐야 합니다. 역에서 먼 집으로 가면서 보증금을 낮췄는데 택시비, 주유비, 환승 비용이 늘면 절약 효과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증금이 조금 높아도 출퇴근 비용과 시간이 줄어드는 집은 생활 전체로 보면 나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 월소득 300만 원: 주거 고정비 75만 원 안팎부터 압박이 커짐
- 월소득 400만 원: 주거 고정비 100만 원 안팎이면 다른 목표 저축을 점검해야 함
- 월소득 500만 원: 주거 고정비 125만 원을 넘기면 교육비, 차량비, 부모님 지원 여부까지 같이 계산
이 비율은 절대 법칙은 아닙니다. 부양가족이 없고 차가 없으면 조금 더 감당할 수 있고, 아이가 있거나 병원비가 잦으면 더 낮춰야 합니다. 중요한 건 은행 앱의 가능 금액이 아니라 우리 집의 반복 지출입니다.
5. 계약 전날보다 2주 전에 확인할 것
전세대출은 마음에 드는 집을 찾고 나서 급하게 움직이면 실수가 생깁니다. 집주인 동의 여부, 등기부 상태, 선순위 근저당,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잔금일 일정이 모두 엮여 있습니다. 특히 전세사기 걱정이 큰 시기에는 대출 가능 여부와 반환보증 가능 여부를 따로 봐야 합니다.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는 최소한 은행 상담 1회, 보증 가능성 확인 1회, 등기부 확인 1회를 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공인중개사가 “대출 다 돼요”라고 말해도 최종 책임은 내 통장에 남습니다. 말이 아니라 문서와 심사 결과로 확인해야 마음이 덜 불안합니다.
제 가계부 기준으로는 전세대출을 잘 받았다는 말은 가장 큰 집을 골랐다는 뜻이 아닙니다. 2년 동안 이자를 내면서도 비상금이 줄지 않고, 명절과 병원비와 경조사비가 와도 카드값으로 막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집은 편해야 하지만, 그 편안함이 매달의 숨통까지 가져가면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전세대출은 숫자가 큰 선택일수록 작게 쪼개서 봐야 오히려 덜 무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