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상담 전에 확인할 5가지 가계부 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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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상담 전에 확인할 5가지 가계부 숫자

1. 상담 전에 먼저 봐야 할 건 금리가 아니라 현금흐름

얼마 전 지인이 대출상담을 받기 전에 저한테 가계부를 보여준 적이 있었어요. 본인은 “금리가 몇 퍼센트인지가 제일 중요하지 않냐”고 했는데, 제가 먼저 본 건 금리가 아니라 매달 남는 돈이었습니다.

대출은 큰돈을 한 번에 빌리는 일이지만, 갚는 건 매달의 생활비 안에서 일어납니다. 그래서 상담 전에 최소 3개월치 가계부를 펼쳐놓고 월평균 수입, 고정비, 변동비, 남는 돈을 나눠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월수입이 320만 원이고 고정비가 155만 원, 식비와 교통비 같은 변동비가 105만 원이라면 남는 돈은 60만 원입니다. 여기서 대출 원리금이 50만 원이면 계산상 가능해 보여도 실제로는 꽤 빠듯합니다. 병원비, 경조사비, 계절 지출이 끼어들면 바로 적자가 나거든요.

저는 대출상담 전에 ‘남는 돈의 70% 안에서 상환액을 맞출 수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60만 원이 남는 집이라면 월 상환액은 42만 원 안쪽이 더 현실적입니다. 숫자가 조금 보수적으로 보여도, 생활은 항상 예상보다 덜 깔끔하게 흘러갑니다.

2. 상담원이 묻기 전에 내가 알고 있어야 할 5가지

대출상담을 받으면 생각보다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소득, 재직기간, 기존 대출, 카드론 사용 여부, 연체 이력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이걸 그 자리에서 떠올리면 마음이 급해져서 불리한 조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 월 실수령액: 세후로 통장에 들어오는 평균 금액
  • 기존 대출 잔액: 주택담보,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까지 포함
  • 월 상환액: 매달 빠져나가는 원금과 이자 합계
  • 최근 6개월 카드 사용액: 일시불과 할부를 나눠서 확인
  • 비상금 잔액: 갑자기 소득이 끊겨도 버틸 수 있는 금액

특히 기존 대출의 월 상환액은 꼭 따로 적어두는 게 좋습니다. 대출 잔액이 1,000만 원인지 2,000만 원인지보다, 지금 내 생활비에서 매달 얼마가 이미 빠져나가고 있는지가 더 직접적인 부담입니다.

제가 가계부를 보면서 자주 보는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대출은 30만 원인데 카드 할부가 25만 원, 휴대폰 할부와 구독료가 15만 원 붙어 있는 경우입니다. 본인은 대출 부담이 크지 않다고 느끼지만 실제 고정 지출은 이미 70만 원이 넘어갑니다. 상담 전에 이 숫자를 알고 가면 한도를 더 받는 것보다 덜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3. 한도보다 월 상환액을 먼저 보는 이유

대출상담에서 가장 솔깃한 말은 “한도가 이 정도까지 나옵니다”일 때가 많습니다.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다. 2,000만 원이 필요해서 갔는데 3,500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들으면, 갑자기 여유가 생긴 것처럼 느껴집니다.

근데 한도는 내 돈이 아닙니다. 미래의 월급에서 먼저 떼어갈 돈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결과를 들을 때 대출한도보다 월 상환액을 먼저 적습니다. 2,000만 원을 빌렸을 때 월 42만 원인지, 3,000만 원을 빌렸을 때 월 63만 원인지가 생활에는 훨씬 크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월수입 300만 원 가구가 월 45만 원을 갚는 것과 월 65만 원을 갚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20만 원 차이는 작아 보여도 1년이면 240만 원입니다. 냉장고 교체, 아이 학원비 두세 달, 가족 병원비가 이 차이 안에서 움직입니다.

상담을 받을 때는 “최대한 얼마까지 되나요?”보다 “월 상환액을 40만 원 안쪽으로 맞추려면 얼마까지가 적당한가요?”라고 묻는 편이 좋습니다. 질문의 방향이 바뀌면 상담 내용도 달라집니다. 많이 빌리는 대화에서 버틸 수 있게 빌리는 대화로 넘어가니까요.

4. 대출상담 전날 가계부에서 지워야 할 착각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숫자가 사람을 속일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대표적인 게 ‘이번 달만 많이 썼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10년 넘게 제 가계부를 보면, 그런 달이 1년에 꼭 4번에서 6번은 나옵니다. 명절, 여름휴가, 겨울 난방비, 자동차 보험료, 가족 생일 같은 지출은 이름만 다를 뿐 매년 돌아옵니다.

그래서 대출상담 전에 한 달치 가계부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적어도 3개월, 가능하면 6개월 평균을 봐야 합니다. 5월에는 70만 원이 남았는데 6월에는 자동차 보험료 때문에 10만 원밖에 안 남았다면, 내 상환 여력은 70만 원이 아니라 그 둘 사이의 평균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는 보너스나 성과급을 당연한 돈처럼 넣는 습관입니다. 물론 상여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직장도 있지만, 대출 상환 계획은 기본급 기준으로 잡는 게 마음이 덜 불안합니다. 보너스는 원금 일부를 줄이거나 비상금을 채우는 돈으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저는 대출을 앞둔 사람에게 먼저 생활비를 줄이라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줄일 수 없는 돈과 줄일 수 있는 돈을 나누자고 합니다. 월세, 보험료, 통신비 약정, 아이 돌봄비는 바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반면 배달앱, 편의점 간식, 새벽배송 추가 구매, 사용 빈도 낮은 구독료는 조정 여지가 있습니다.

5. 상담 후 바로 서명하지 말고 하루만 더 보기

대출상담을 받고 나면 머리가 조금 뜹니다. 한도, 금리, 기간, 중도상환수수료, 우대 조건 같은 말이 한꺼번에 들어오니까요. 그 자리에서는 이해한 것 같아도 집에 와서 다시 보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라면 상담 후에 딱 세 줄만 가계부 옆에 적습니다. 빌릴 금액, 매달 갚을 금액, 다 갚는 데 걸리는 기간. 이 세 줄을 보고도 마음이 너무 무겁다면 조건을 다시 낮춰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500만 원을 빌리고 월 58만 원씩 5년을 갚는다고 적어보면 숫자가 꽤 선명해집니다. 58만 원은 그냥 이체 한 번이 아니라 60개월 동안 반복되는 생활의 모양입니다. 외식 횟수, 여행 계획, 부모님 용돈, 아이 교육비까지 같이 움직입니다.

대출상담은 겁먹을 일도 아니고, 가볍게 넘길 일도 아닙니다. 상담원은 상품을 설명해주는 사람이고, 내 생활의 빈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나입니다. 가계부 숫자를 들고 가면 대화의 중심이 조금 달라집니다. 돈을 빌릴 수 있느냐에서, 빌린 뒤에도 내 생활이 무너지지 않느냐로요. 저는 그 차이가 잔고보다 더 오래 남는다고 봅니다.

대출상담 전에 확인할 5가지 가계부 숫자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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