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받기 전 가계부로 따져볼 5가지 숫자

얼마 전 지인 가계부를 같이 봤는데, 전세대출 이자보다 더 크게 흔들린 건 관리비와 생활비였습니다. 대출 1억 원을 더 받느냐 덜 받느냐도 중요하지만, 실제 통장에서는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가 훨씬 선명하게 압박으로 느껴지거든요.
전세대출은 집을 구할 때 거의 필수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대출 가능 금액이 곧 내가 감당 가능한 금액은 아닙니다. 은행 한도는 은행의 계산이고, 내 생활 한도는 가계부가 알려줍니다. 저는 전셋집을 볼 때 보증금보다 먼저 월 현금흐름을 적어봅니다.
1. 대출 가능액보다 월 이자부터 계산하기
예를 들어 전세대출 1억 5,000만 원을 연 4% 금리로 받으면 1년 이자는 600만 원입니다. 월로 나누면 50만 원입니다. 여기에 보증료, 이사비, 중개보수, 가전 교체비까지 붙으면 첫해 체감 비용은 생각보다 커집니다.
금리가 0.5%p만 올라가도 1억 5,000만 원 기준 연 75만 원, 월 6만 2,500원이 늘어납니다. 이 금액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통신비 할인, 장보기 조절, 외식 줄이기로 겨우 만든 여유분을 한 번에 먹어버릴 수 있습니다.
- 대출금 1억 원, 금리 3.5%: 월 이자 약 29만 원
- 대출금 1억 원, 금리 4.5%: 월 이자 약 37만 5,000원
- 대출금 2억 원, 금리 4.5%: 월 이자 약 75만 원
저는 전세대출을 볼 때 금리 1개만 넣지 않습니다. 현재 금리, 현재보다 1%p 오른 금리, 소득이 10% 줄었을 때를 같이 적습니다. 세 줄만 써도 무리한 집인지 아닌지 감이 옵니다.
2. 보증금 80% 대출이 항상 유리한 건 아니다
전세대출은 상품과 보증기관에 따라 보증금의 일정 비율 안에서 한도가 잡힙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일반전세자금보증은 보증대상 임차보증금 기준과 최대 보증한도가 있고, 주택도시기금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소득, 자산, 가구 유형, 지역에 따라 한도와 금리가 달라집니다. 세부 조건은 바뀔 수 있어서 계약 전에는 공식 페이지를 직접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참고로 한국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보증 안내는 HF 공식 사이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주택도시기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도가 나온다고 끝은 아닙니다. 보증금 3억 원짜리 집에 80%인 2억 4,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 이자를 내 월급 구조가 받아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특히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바뀔 가능성, 육아휴직, 프리랜서 소득 변동이 있다면 더 보수적으로 잡아야 합니다.
제 가계부 기준으로는 월 고정 주거비가 세후 월소득의 25%를 넘기면 다른 항목이 뻣뻣해졌습니다. 30%를 넘으면 여행, 경조사, 병원비 같은 비정기 지출이 생길 때 카드값이 먼저 흔들렸고요. 집은 안정감을 주려고 구하는 건데, 매달 카드 결제일이 무서워지면 방향이 조금 어긋납니다.
3. 전세대출 전 월세처럼 살아보는 3개월
계약 전에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가상의 이자를 먼저 떼어놓는 겁니다. 지금 월세 40만 원을 내고 있는데 전세대출 이자가 70만 원으로 예상된다면, 3개월 동안 차액 30만 원을 별도 통장에 빼놓습니다. 생활이 되는지 몸으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가계부에 따로 표시할 항목
- 예상 전세대출 이자
- 관리비와 공과금 증가분
- 출퇴근 비용 변화
- 이사 후 새로 살 물건 비용
- 보증보험료나 대출 관련 부대비용
이때 중요한 건 아껴서 버티는 3개월이 아니라 평소처럼 살면서 남는지 보는 겁니다. 식비를 비정상적으로 줄이고, 약속을 전부 취소하고, 필요한 병원도 미루면 숫자는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건 실제 생활비가 아닙니다. 전세대출은 보통 2년 단위로 이어지기 때문에 평범한 달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4. 집 자체보다 반환 위험을 먼저 보기
전세대출을 받을 때는 이자만큼 보증금 반환 위험도 중요합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를 대비하는 장치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전세지킴보증은 지역별 보증한도와 주택가격 대비 선순위채권 조건을 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서울보증보험 상품도 각각 기준이 다릅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가장 힘들었던 사례는 이자가 비싸서가 아니라, 만기 때 보증금이 묶인 경우였습니다. 다음 집 계약금, 이사 일정, 아이 전학까지 한꺼번에 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등기부등본의 근저당, 선순위 임차인, 집값 대비 전세가율을 먼저 봅니다. 마음에 드는 집이어도 숫자가 불안하면 더 싼 집을 고르는 쪽이 낫다고 봅니다.
5. 내 생활비가 버티는 대출선을 정하기
전세대출을 앞두고 제가 쓰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첫째, 월 이자를 낸 뒤에도 저축이 10% 이상 남는가. 둘째, 비상금 3개월 치를 건드리지 않는가. 셋째, 금리가 1%p 올라가도 카드 할부로 생활비를 메우지 않는가. 이 세 가지가 안 되면 집값을 낮춰 다시 봅니다.
예를 들어 세후 월소득 400만 원 가구라면 주거비를 100만 원 안쪽으로 잡을 때 생활이 덜 흔들렸습니다. 이자 70만 원, 관리비 20만 원, 교통비 증가분 10만 원이면 이미 100만 원입니다. 여기에 자동차 할부나 육아비가 있으면 여유는 더 줄어듭니다.
전세대출은 잘 쓰면 월세 부담을 낮추는 도구가 됩니다. 다만 한도를 꽉 채운 대출은 선택지를 줄입니다. 집을 고르는 날에는 넓은 거실과 새 싱크대가 먼저 보이지만, 계약 후 매달 보는 건 통장 잔액입니다. 저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집보다 계속 살 수 있는 집을 더 좋은 집으로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