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IRP로 월 25만원부터 세금 아끼는 5가지 계산법

가계부에서 IRP가 보이기 시작한 순간
얼마 전 12월 가계부를 다시 보는데, 이상하게 연말에만 지출이 커지는 집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물, 모임, 겨울옷도 있지만 사실 세금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는 경우도 꽤 있거든요. 저도 예전에는 퇴직연금IRP를 노후 준비라는 큰 단어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가계부 숫자로 놓고 보니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매달 25만원을 넣으면 1년 300만원이고, 세액공제율 13.2%를 적용하면 약 39만6천원, 16.5%면 약 49만5천원까지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IRP는 아무 때나 꺼내 쓰는 통장이 아닙니다. 이 점을 모르고 시작하면 생활비가 막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IRP를 투자 상품보다 먼저 ‘잠그는 저축’으로 봅니다. 매달 빠져나가도 월세, 카드값, 보험료, 식비가 흔들리지 않는 금액인지부터 보는 게 순서입니다.
1. 세액공제 한도는 900만원, 하지만 월급통장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현재 개인형 퇴직연금 IRP는 연금저축과 합산해 세액공제 대상 납입 한도가 연 900만원입니다. 연금저축만으로는 600만원까지, IRP를 함께 쓰면 총 900만원까지 세액공제 계산에 들어갑니다. IRP만 넣는다면 900만원까지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 숫자를 보고 바로 월 75만원 자동이체를 거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월 실수령액이 320만원인 사람이 월 75만원을 IRP에 넣으면, 소득의 23% 정도가 묶입니다. 여기에 월세 90만원, 식비 60만원, 보험료와 통신비 35만원, 교통비 15만원이 있으면 남는 돈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 처음부터 한도를 채우기보다 월 20만~30만원으로 시작하는 쪽을 더 현실적으로 봅니다.
- 월 10만원 납입: 연 120만원
- 월 25만원 납입: 연 300만원
- 월 50만원 납입: 연 600만원
- 월 75만원 납입: 연 900만원
가계부에서는 ‘최대 한도’보다 ‘12개월 버틸 수 있는 금액’이 더 중요합니다. 한 달은 가능해도 1년 내내 유지하기 어렵다면 결국 중간에 자동이체를 끊게 됩니다.
2. 돌려받는 돈보다 묶이는 돈을 먼저 계산합니다
IRP의 매력은 세액공제입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보통 16.5%, 그보다 높은 구간에서는 13.2%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900만원을 꽉 채우면 16.5% 기준 최대 약 148만5천원, 13.2% 기준 약 118만8천원입니다. 숫자만 보면 꽤 큽니다.
그런데 사실 이 돈은 ‘공짜 수익’처럼 보이지만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IRP에 넣은 돈은 노후 자금 성격이라 중도 해지나 인출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중도 해지에는 기타소득세가 붙을 수 있고, 세액공제 받은 혜택을 다시 내는 느낌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IRP 납입액을 비상금보다 앞에 두지 않습니다.
제가 쓰는 순서
- 1순위: 한 달 생활비 1~2개월분 현금
- 2순위: 카드값이 밀리지 않는 소비 구조
- 3순위: 연금저축이나 IRP 자동이체
- 4순위: 추가 투자금
이 순서가 느려 보일 수 있습니다. 근데 생활비가 흔들리면 좋은 제도도 오래 못 갑니다. 10년 넘게 가계부를 쓰면서 느낀 건, 돈 관리는 의지보다 구조가 오래 간다는 점입니다.
3. 월 25만원 IRP가 생각보다 현실적인 이유
제가 주변 직장인 가계부를 볼 때 가장 자주 권하는 시작점은 월 25만원입니다. 연 300만원이라 세액공제 효과도 눈에 보이고, 동시에 월급에서 완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16.5% 기준이면 연말정산에서 약 49만5천원, 13.2% 기준이면 약 39만6천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월 25만원은 하루로 나누면 약 8,300원입니다. 커피 두 잔을 참자는 식의 죄책감 절약으로 접근하면 오래 못 갑니다. 대신 고정비에서 찾는 편이 낫습니다. 안 쓰는 구독 1만5천원, 통신요금제 조정 2만원, 배달 횟수 월 4회 줄여 6만원, 보험 특약 점검으로 3만원을 만들면 이미 12만5천원입니다. 나머지는 월급 들어온 날 바로 자동이체로 보내면 소비 전에 빠져나갑니다.
중요한 건 ‘절약해서 남으면 넣겠다’가 아니라 ‘넣고도 생활이 가능한 금액을 찾는 것’입니다. 남는 돈은 잘 남지 않습니다. 특히 카드 결제일이 월급일 뒤에 길게 밀려 있으면 더 그렇습니다.
4. IRP 계좌 안에서도 상품 선택은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퇴직연금IRP는 계좌 이름이고, 그 안에서 예금, 펀드, ETF 같은 상품을 고르게 됩니다. 여기서 수익률만 보고 고르면 불안해서 오래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30대와 50대의 선택이 같을 필요도 없습니다. 은퇴까지 시간이 길고 변동성을 견딜 수 있다면 주식형 비중을 일부 가져갈 수 있지만, 3년 안에 큰돈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IRP 납입액부터 낮추는 게 맞습니다.
- 안정형: 예금, 원리금보장 상품 비중 높게
- 중간형: 예금과 펀드 또는 ETF를 섞기
- 성장형: 장기 투자 전제로 주식형 비중 확대
수수료도 봐야 합니다. 같은 300만원을 넣어도 계좌 관리 수수료, 상품 보수, 매매 비용에 따라 오래 갈수록 차이가 납니다. 저는 IRP를 고를 때 앱 화면이 편한지도 봅니다. 의외로 중요합니다. 1년에 한 번만 확인할 계좌라도,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화면이면 점검을 미루게 됩니다.
5. 이런 집은 IRP보다 현금 흐름이 먼저입니다
IRP가 좋은 제도여도 모든 집에 지금 당장 맞는 건 아닙니다. 카드 리볼빙이 있거나, 마이너스통장 이자가 매달 나가거나, 비상금이 0원이라면 세액공제보다 현금 흐름 회복이 먼저입니다. 연 13.2% 또는 16.5% 혜택을 보려고 시작했는데, 생활비가 모자라 고금리 대출을 쓰면 계산이 어긋납니다.
예를 들어 카드론 이자가 연 15% 안팎으로 붙는 상황에서 IRP에 월 50만원을 넣는 건 마음은 든든해도 숫자는 불편합니다. 이럴 때는 IRP를 월 5만원이나 10만원으로 작게 열어두고, 나머지는 빚 상환과 비상금에 쓰는 편이 낫습니다. 작은 자동이체라도 계좌를 유지하면 연말에 무리해서 넣는 습관을 줄일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IRP는 큰돈을 한 번에 넣는 사람보다, 자기 생활비의 리듬을 아는 사람에게 더 잘 맞습니다. 가계부를 보면 그 리듬이 보입니다. 어떤 달에 지출이 튀는지, 어느 고정비가 계속 새는지, 내가 어느 정도까지 묶어도 불안하지 않은지 숫자가 말해줍니다. 저는 그래서 IRP를 시작할 때 수익률표보다 최근 3개월 카드 명세서를 먼저 봅니다. 노후 준비도 결국 오늘의 월급통장에서 시작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