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상담 전에 확인할 5가지 숫자, 월 상환액부터 먼저 보세요

1. 상담 전에 월 상환 가능액부터 적어두기
얼마 전 지인이 대출상담을 받으러 간다고 해서 가계부를 같이 펼쳐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금리 0.3% 차이를 제일 궁금해했는데, 막상 숫자를 보니 더 중요한 건 매달 얼마까지 갚아도 생활이 흔들리지 않는지였습니다.
예를 들어 월급 실수령액이 320만 원이고 고정지출이 180만 원, 평균 생활비가 90만 원이라면 남는 돈은 50만 원입니다. 여기서 대출 상환액을 45만 원으로 잡으면 숫자상 가능해 보여도 실제로는 너무 빡빡합니다. 병원비, 경조사, 자동차 수리비 같은 비정기 지출이 들어오면 바로 카드값으로 밀릴 수 있거든요.
저는 대출상담 전에 ‘최대 가능액’과 ‘편한 상환액’을 따로 적습니다. 최대 가능액이 50만 원이라면 편한 상환액은 30만~35만 원 정도로 잡는 식입니다. 상담 자리에서는 이 숫자가 기준선이 됩니다. 상담원이 한도를 더 말해줘도 내 가계부 숫자가 먼저입니다.
2. 금리보다 총 이자를 같이 보기
대출상담을 받으면 대부분 금리부터 보게 됩니다.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가계부 입장에서는 금리 숫자 하나보다 총 이자가 더 체감됩니다. 같은 3천만 원을 빌려도 3년으로 갚는지, 7년으로 갚는지에 따라 매달 부담과 총 지출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간단히 보면 3천만 원을 연 5%로 빌릴 때 3년 상환은 월 상환액이 크지만 이자 총액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반대로 7년 상환은 월 부담이 내려가지만 이자가 길게 붙습니다. 상담 때 “월 얼마예요?”만 묻지 말고 “만기까지 이자를 전부 합치면 얼마인가요?”를 꼭 물어야 합니다.
- 월 상환액: 매달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하는 숫자
- 총 이자: 이 대출이 실제로 얼마나 비싼지 보여주는 숫자
- 중도상환수수료: 빨리 갚을 때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숫자
솔직히 월 상환액이 낮아 보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근데 그 편안함이 상환 기간을 길게 늘린 값이라면, 내 지갑에서는 꽤 비싼 선택일 수 있습니다.
3. 대출상담 전 3개월 가계부를 다시 보기
대출은 미래 돈으로 갚는 일이지만, 판단은 과거 소비 기록으로 하는 게 안전합니다. 저는 큰돈 관련 결정을 앞두면 최소 3개월 가계부를 다시 봅니다. 특히 식비, 카페, 배달, 쇼핑, 구독료처럼 매달 반복되는 항목을 봅니다.
예를 들어 3개월 평균 배달비가 18만 원, 카페비가 11만 원, 구독료가 6만 원이라면 이 세 항목만 35만 원입니다. 여기서 무조건 줄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대출 상환액 40만 원이 새로 들어오면 이 소비들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 보는 겁니다.
가계부를 오래 써보니 사람은 갑자기 완전히 다른 소비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상담 당일에는 “아끼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야근 많은 달에는 배달을 다시 시키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쇼핑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상담 전에는 이상적인 예산이 아니라 최근 3개월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 게 낫습니다.
상담 메모에 적어갈 항목
- 최근 3개월 평균 생활비
- 최근 3개월 카드값 평균
- 비상금 잔액
- 기존 대출 월 상환액
- 새 대출을 더했을 때 전체 상환액
4. 한도는 내 돈이 아니라 빌릴 수 있는 최대치
대출상담에서 한도가 생각보다 높게 나오면 기분이 묘합니다. 선택지가 넓어진 것 같고, 당장 막힌 일이 풀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도는 내 통장 잔고가 아닙니다. 앞으로 갚아야 할 숫자의 상한선입니다.
예를 들어 필요한 돈이 1,200만 원인데 한도가 2,500만 원까지 나온다고 해도, 남는 1,300만 원을 같이 빌리는 순간 월 상환액과 총 이자가 늘어납니다. “혹시 모르니까 넉넉히”가 편해 보이지만, 그 혹시 모름에는 이자가 붙습니다.
가계부 관점에서는 필요한 금액, 여유 금액, 욕심 금액을 나눠 적어보는 게 좋습니다. 필요한 금액은 당장 목적을 해결하는 돈입니다. 여유 금액은 취득세, 이사비, 병원비처럼 이미 예상되는 추가 비용입니다. 욕심 금액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돈입니다. 상담에서는 이 셋을 섞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5. 상담 후 바로 결정하지 말고 하루만 숫자를 재기
대출상담을 받고 나오면 머릿속이 꽤 복잡합니다. 금리, 한도, 기간, 수수료, 우대조건까지 한꺼번에 들으면 그 자리에서 괜찮은 선택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결정은 가능하면 하루를 넘깁니다. 감정이 내려간 뒤 숫자만 다시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집에 와서 할 일은 단순합니다. 상담받은 조건을 가계부에 넣어보는 겁니다. 월 상환액이 38만 원이면 고정지출에 38만 원을 추가하고, 남는 돈이 얼마인지 봅니다. 남는 돈이 20만 원 아래로 내려가면 저는 위험 신호로 봅니다. 비상금이 충분하지 않은 집이라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우대금리 조건입니다. 급여 이체, 카드 사용액, 자동이체, 예적금 가입 같은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리는 낮아지지만 카드 사용을 일정 금액 이상 해야 한다면 그 조건이 정말 절약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금리 0.2%를 낮추려고 불필요한 카드 소비가 늘어나면 가계부에서는 손해일 수 있습니다.
대출상담은 나쁜 것도, 무서운 것도 아닙니다. 다만 상담의 중심이 은행의 한도표가 아니라 내 월급과 생활비여야 합니다. 저는 대출을 받을 때마다 ‘이 돈이 내 생활을 덜 흔들게 만들까, 더 흔들게 만들까’를 먼저 봅니다. 금리표보다 가계부가 더 솔직할 때가 많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