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월급으로 새는 돈 막는 5단계 예산법

얼마 전 가계부를 넘기다가 예전 최저임금 월급으로 살던 달의 기록을 다시 봤습니다. 그때도 월급이 들어온 날은 잠깐 숨이 트였는데, 카드값과 월세가 빠지고 나면 숫자가 너무 빨리 작아졌습니다. 신기한 건 큰 지출보다 편의점 6,800원, 배달비 포함 18,000원, 택시 12,000원 같은 금액이 반복될 때 잔고가 더 조용히 무너졌다는 점입니다.
2026년 최저임금은 시급 10,320원, 주 40시간 기준 월 환산액은 2,156,880원입니다. 실제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4대보험과 세금, 근무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최저임금으로 예산을 짤 때는 ‘월급이 얼마냐’보다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냐’를 먼저 봐야 합니다.
1. 월급은 세 덩어리로 먼저 나눕니다
최저임금 월급은 여유분이 크지 않아서 처음부터 세밀하게 쪼개면 금방 지칩니다. 저는 처음엔 딱 세 덩어리로 나누는 방식을 권합니다. 고정비, 생활비, 남겨둘 돈입니다.
- 고정비: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구독료
- 생활비: 식비, 교통비, 생필품, 병원비, 약속 비용
- 남겨둘 돈: 비상금, 다음 달 카드값 방어금, 소액 저축
예를 들어 실수령액을 190만 원으로 잡는다면 고정비 85만 원, 생활비 80만 원, 남겨둘 돈 25만 원처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비율이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전부 한 통장에 섞어두지 않는 겁니다. 돈이 섞이면 ‘아직 남았다’는 느낌이 생기고, 그 느낌이 지출을 키웁니다.
2. 고정비는 절약보다 확인이 먼저입니다
최저임금 예산에서 고정비 1만 원은 생각보다 큽니다. 월 1만 원이면 1년 12만 원이고, 월 3만 원이면 36만 원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식비는 줄이려고 애쓰면서 정작 자동이체는 몇 달씩 그대로 둡니다.
제가 가계부에서 가장 먼저 보는 항목은 통신비, 보험료, OTT, 음악 앱, 클라우드, 멤버십입니다. 특히 구독료는 한 번에 빠지는 금액이 작아서 눈에 덜 띕니다. 7,900원짜리 두 개, 12,000원짜리 하나, 4,900원짜리 하나면 이미 한 달 32,700원입니다. 이 돈이면 평일 점심 두세 번입니다.
고정비 점검 기준
- 최근 30일 안에 실제로 쓴 서비스인지 확인합니다.
- 없어도 생활이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한 달만 중지합니다.
- 통신비는 데이터 사용량을 보고 요금제를 낮출 수 있는지 봅니다.
- 보험은 해지보다 보장 중복 여부를 먼저 확인합니다.
여기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고정비를 줄인다는 건 삶을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내가 쓰지 않는 곳으로 새는 돈을 멈추는 일에 가깝습니다.
3. 식비는 ‘무조건 줄이기’보다 횟수로 봅니다
최저임금 생활에서 식비는 예민한 항목입니다. 먹는 돈을 너무 세게 줄이면 며칠은 버텨도 결국 배달이나 외식으로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금액보다 횟수로 봅니다.
예를 들어 배달을 한 번 시키면 18,000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주 3회면 한 달 약 216,000원입니다. 주 2회로만 줄여도 한 달 72,000원이 남습니다. 이 정도면 생필품값이나 교통비 일부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커피를 하루 4,500원씩 20일 마시면 90,000원입니다. 커피를 끊자는 뜻이 아닙니다. 주 5회에서 주 3회로 바꾸면 약 36,000원이 남습니다.
가계부를 오래 쓰면서 느낀 건, 식비 절약은 의지보다 환경이 더 세다는 겁니다. 집에 바로 먹을 수 있는 계란, 냉동밥, 김, 두부, 라면보다 덜 자극적인 간편식이 있으면 배달 앱을 여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완벽한 집밥보다 ‘대충 먹어도 되는 기본 세트’가 더 오래 갑니다.
4. 카드값은 이번 달 지출이 아니라 다음 달 고정비입니다
최저임금 월급에서 가장 무서운 건 카드값입니다. 긁을 때는 이번 달 돈을 쓰는 느낌인데, 실제로는 다음 달 월급의 앞부분을 미리 잘라 쓰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카드값이 60만 원을 넘기면 다음 달 예산은 시작부터 답답해집니다.
제가 썼던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카드 결제 알림이 올 때마다 가계부에는 ‘카드 사용’이 아니라 ‘다음 달 고정비 증가’로 적었습니다. 25,000원을 쓰면 다음 달 고정비가 25,000원 늘어난 겁니다. 이렇게 적으면 소비 감각이 꽤 달라집니다.
카드값을 눌러두는 작은 규칙
- 생활비 카드는 한 장만 씁니다.
- 할부는 가전이나 병원비처럼 이유가 분명할 때만 둡니다.
- 카드값 예상액을 매주 한 번 확인합니다.
- 체크카드나 현금성 통장으로 주간 생활비를 따로 둡니다.
특히 주간 생활비 방식은 효과가 좋았습니다. 한 달 생활비 80만 원을 한꺼번에 보는 대신, 주 20만 원으로 나누면 속도가 보입니다. 수요일에 이미 17만 원을 썼다면 주말 약속을 조정하게 됩니다. 숫자가 작아질수록 판단도 빨라집니다.
5. 저축은 남으면 하는 돈이 아니라 먼저 빼는 돈입니다
최저임금으로 저축까지 하라는 말은 가끔 잔인하게 들립니다. 저도 그런 말을 싫어합니다. 다만 금액을 크게 잡지 않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처음부터 50만 원을 모으겠다고 하면 생활이 무너질 수 있지만, 3만 원이나 5만 원은 예산 안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상금은 투자 수익보다 훨씬 현실적인 방패입니다. 갑자기 병원비 6만 원, 경조사비 5만 원, 휴대폰 수리비 9만 원이 생겼을 때 비상금이 없으면 카드값으로 넘어갑니다. 그 카드값은 다시 다음 달 생활비를 줄입니다. 이 흐름을 한 번만 끊어도 월급이 덜 불안해집니다.
- 첫 목표는 30만 원 비상금으로 잡습니다.
- 그다음 100만 원까지 천천히 늘립니다.
- 저축 계좌는 생활비 통장과 분리합니다.
- 월급날 자동이체로 먼저 빼둡니다.
최저임금 예산은 화려한 재테크가 아닙니다. 그래도 작은 숫자를 계속 붙잡고 있으면 생활이 조금씩 덜 흔들립니다. 저는 가계부를 쓰면서 ‘돈을 잘 모으는 사람’보다 ‘새는 돈을 빨리 알아차리는 사람’이 더 오래 버틴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월급이 크지 않은 시기일수록, 내 돈이 어디서 힘을 잃는지 보는 눈이 제일 든든한 자산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