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보험 가입 전 따져볼 4가지 숫자

가계부를 10년 넘게 쓰다 보니 큰돈일수록 한 칸을 더 만들어 적게 됩니다. 전셋집을 구할 때도 보증금만 적지 않고,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우리 집 생활비가 몇 달이나 버틸 수 있는지 함께 적습니다. 전세보증보험은 그런 걱정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계약한 뒤에야 가입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 곤란합니다.
1. 보증금보다 먼저 집의 가격을 봅니다
전세보증보험은 계약서에 적힌 보증금을 무조건 보장해 주는 상품이 아닙니다. 보증기관이 인정하는 집값과 먼저 갚아야 할 채무를 바탕으로 가입 한도를 심사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보증금이 수도권 7억 원, 그 밖의 지역 5억 원 이하여야 한다는 기본 조건도 있습니다.
숫자로 보면 감이 옵니다. 기관이 인정한 집값이 3억 원이고, 먼저 설정된 채권이 4천만 원이라면 집값의 90%인 2억 7천만 원에서 4천만 원을 뺀 2억 3천만 원이 한도 계산의 출발점입니다. 보증금이 2억 원이면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인정 집값이 2억 4천만 원이라면 같은 계산값은 1억 7천6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실제 심사에는 주택 유형과 다른 선순위 보증금 등도 반영되므로, 매물 광고의 시세만 믿고 계약금을 보내지는 않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내 방의 보증금만 보면 숫자가 맞아 보일 수 있습니다. 다른 세입자의 선순위 보증금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근저당권 설정액도 대출 잔액과 같지 않을 수 있어, 서류에 적힌 금액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2. 신청 기한은 달력에 날짜로 적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반환보증은 일반적으로 전세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신청합니다. 2년 계약이라면 대략 1년이 되기 전입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도 원칙적으로 계약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까지 신청하며, 해당 기관의 전세자금보증 이용 여부 같은 별도 조건이 있습니다.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보증금 반환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니 상품명을 확인해야 합니다.
저라면 계약 전에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잔금일과 전입신고일, 확정일자를 가계부 일정 칸에 같이 적겠습니다. 이사하고 생활이 바빠지면 6개월이 금방 지나갑니다. 갱신계약을 할 때도 예전 보증서가 새 계약을 그대로 덮어 주는지 가정하지 말고, 갱신 절차와 기한을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3. 보증료는 월 생활비로 바꿔 봅니다
보증료가 아까운 마음은 당연합니다. 다만 큰돈을 한 번에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판단이 더 어려워집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안내에 따르면 보증료는 보증금액에 보증료율과 계약 기간을 곱해 계산합니다. 요율은 보증금 규모, 주택 유형, 부채비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 원인 아파트의 부채비율이 70% 이하이고 연 요율 0.102%가 적용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2년을 단순 계산하면 보증료는 약 40만 8천 원, 한 달로 나누면 약 1만 7천 원입니다. 실제 납부액은 계약 일수와 할인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금액을 커피 몇 잔 값과 비교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집의 보증금 규모와 비상자금 사정을 놓고 판단하면 됩니다.
이미 낸 보증료를 지원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할 만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안내하는 국토교통부 보증료 지원사업은 대상 요건을 충족하면 납부한 보증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입니다. 최대 지원액과 소득·연령 요건은 가입 시점과 거주 지역에 따라 확인해야 하므로, 예산에는 우선 보증료 전액을 잡아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4. 가입 후에도 지켜야 할 절차가 있습니다
보증서를 받으면 모든 일이 자동으로 끝나는 줄 알기 쉽습니다. 하지만 계약이 끝났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에는 보증기관에 사고를 알리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청구해야 합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안내에는 계약 종료 후 1개월이 지나도록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등의 요건이 명시돼 있습니다. 가입한 기관과 상품의 약관을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집으로 이사할 날짜가 잡히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럴수록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전입신고와 거주지를 옮기는 문제는 먼저 보증기관에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권리를 유지하는 절차가 청구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계부에도 보증료만 적어 두지 말고 보증서, 계약 만료일, 임대인에게 반환을 요청한 기록을 한곳에 모아 두면 나중에 덜 헤맵니다.
전세보증보험은 매달 돈을 불리는 방법은 아닙니다. 그래도 몇 년간 모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계약 전에 숫자와 날짜를 확인하는 일은 생활 재무에서 꽤 큰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