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대출 받기 전 가계부에서 먼저 봐야 할 5가지 숫자

얼마 전 가계부를 다시 훑어보다가 예전에 차를 바꿨던 달의 기록을 봤습니다. 그때는 차값보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이 더 무섭다는 걸 늦게 알았어요. 자동차대출은 승인 여부보다, 내 생활비 안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1. 월 납입액은 소득의 10% 안쪽이 편합니다
자동차대출을 볼 때 많은 사람이 금리부터 확인합니다. 물론 금리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가계부를 오래 써보면 실제로 생활을 흔드는 건 매달 납입액입니다. 월 소득이 300만 원인데 자동차대출 원리금이 55만 원이면 숫자만 봐도 숨이 답답해집니다.
저는 자동차 관련 고정비를 월 소득의 10~15% 안에서 보는 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동차 관련 고정비는 대출 원리금만이 아닙니다. 보험료, 자동차세, 주유비, 주차비, 정비비까지 넣어야 합니다. 대출만 30만 원이라 괜찮아 보여도 실제 차량 유지비가 월 60만 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월 소득 300만 원: 차량 관련 비용 30만~45만 원
- 월 소득 400만 원: 차량 관련 비용 40만~60만 원
- 월 소득 500만 원: 차량 관련 비용 50만~75만 원
이 범위를 넘는다고 무조건 안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이미 월세, 육아비, 부모님 용돈, 카드 할부가 있다면 자동차대출은 생각보다 오래 부담으로 남습니다.
2. 차값보다 총상환액을 먼저 봐야 합니다
2,500만 원짜리 차를 산다고 해서 내가 쓰는 돈이 2,500만 원에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자동차대출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자가 붙고, 선수금이 적을수록 빌리는 금액이 커집니다. 상담창에서 보이는 월 납입액이 낮아도 전체 금액은 꽤 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0만 원을 빌리고 5년 동안 갚는다고 가정해볼게요. 금리와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달 40만 원 안팎이 빠져나가면 5년 동안 2,400만 원 전후를 내게 됩니다. 차값만 보고 결정하면 400만 원가량의 체감 비용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동차대출을 비교할 때 세 칸짜리 메모를 만듭니다. 첫째, 빌리는 금액. 둘째, 월 납입액. 셋째, 총상환액. 이 세 숫자를 같이 놓고 보면 “월 3만 원 차이쯤이야” 했던 선택이 5년 뒤에는 꽤 큰 차이로 보입니다.
3. 선수금은 비상금과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선수금을 많이 넣으면 대출금이 줄어듭니다. 이자도 줄어들고 월 납입액도 낮아집니다. 그런데 통장에 있는 돈을 거의 다 털어서 선수금으로 넣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차를 산 직후에도 병원비, 경조사비, 이사비, 갑작스러운 수리비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가계부 기준으로는 최소 3개월치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남긴 뒤 선수금을 정하는 게 안정적입니다. 월 생활비가 250만 원이면 750만 원은 건드리지 않는 식입니다. 이 돈이 남아 있어야 자동차대출을 갚는 동안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로 밀려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솔직히 차를 살 때는 옵션 하나 더 넣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런데 150만 원 옵션을 넣어서 월 납입액이 몇 만 원 늘어나는 순간, 그 몇 만 원은 48개월이나 60개월 동안 반복됩니다. 가계부에서는 반복되는 돈이 가장 무섭습니다.
4. 36개월, 48개월, 60개월의 느낌은 다릅니다
자동차대출 기간을 길게 잡으면 월 납입액은 낮아집니다. 대신 이자는 늘어나고, 차를 바꾸고 싶어질 때 아직 대출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60개월은 처음엔 편해 보여도 중간에 생활이 바뀌면 답답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36개월: 월 부담은 크지만 끝나는 속도가 빠름
- 48개월: 부담과 기간의 균형을 잡기 쉬움
- 60개월: 월 납입액은 낮지만 총비용과 심리적 피로가 커질 수 있음
제 가계부 기준으로는 48개월 안에 감당되는 차가 가장 무난했습니다. 60개월로 해야 겨우 맞는 차라면 차급을 낮추거나 중고차까지 같이 보는 게 낫습니다. 차는 만족감도 주지만, 매달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숫자는 꽤 정직합니다.
5. 자동차대출 전에는 한 달 예행연습이 필요합니다
제가 가장 자주 권하는 방법은 자동차대출을 받기 전에 한 달만 가짜 납입을 해보는 겁니다. 예상 원리금이 42만 원이라면 월급날 바로 42만 원을 다른 통장으로 옮겨둡니다. 그리고 그 돈이 없다고 생각하고 한 달을 살아봅니다.
이때 외식비가 너무 줄어서 답답한지, 카드값이 늘어나는지, 저축이 아예 멈추는지 보면 됩니다. 한 달은 짧지만 감이 옵니다. “이 정도면 괜찮네”가 아니라 “생각보다 빡빡한데”라는 느낌이 들면 대출금액을 낮추는 쪽이 안전합니다.
자동차대출은 나쁜 빚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줄고, 가족 이동이 편해지고, 일을 지속하는 데 꼭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다만 차를 산 뒤 삶이 편해지는 것과 통장이 버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자동차대출을 고를 때 멋진 견적서보다 다음 달 가계부가 덜 흔들리는 쪽을 더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