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중고차 살 때 월 부담 줄이는 5가지 계산법

얼마 전 지인이 출퇴근용 차를 보러 갔다가 저신용중고차 할부 견적서를 들고 왔습니다. 차값은 980만 원이라 괜찮아 보였는데, 36개월 할부 월 납입액이 37만 원대였어요. 보험료와 자동차세, 기름값까지 더하니 차 한 대가 월 60만 원짜리 고정비가 되더라고요.
저신용 상태에서 중고차를 사는 게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출퇴근, 아이 등하원, 부모님 병원 이동처럼 차가 생활비를 줄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때는 차값보다 매달 빠져나갈 돈을 먼저 봐야 합니다.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큰 지출보다 매달 반복되는 3만 원, 5만 원이 잔고를 더 조용히 갉아먹는 걸 자주 봅니다.
1. 차값보다 월 납입액을 먼저 잡기
저신용중고차를 볼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예산을 차값 기준으로 잡지 않는 겁니다. 800만 원짜리 차, 1,000만 원짜리 차처럼 보면 마음이 금방 흔들립니다. 대신 내 통장에서 매달 얼마까지 빠져도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지부터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실수령 월급이 250만 원이고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기존 대출 상환액을 합쳐 145만 원이 고정비라면 남는 돈은 105만 원입니다. 여기서 식비와 생활비로 70만 원을 쓰면 여유는 35만 원 정도예요. 이 사람이 월 38만 원짜리 할부를 잡으면 차를 사는 순간 가계부가 매달 적자로 시작합니다.
- 할부금은 실수령액의 10~15% 안쪽으로 잡기
- 자동차 보험료는 월 환산 금액으로 넣기
- 기름값, 주차비, 수리비를 최소 월 15만~25만 원 따로 보기
- 기존 대출 상환액이 있으면 차 할부 한도를 더 낮추기
차는 사는 날보다 유지하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중고차 예산은 차량 가격표가 아니라 내 월급표에서 출발하는 게 맞습니다.
2. 금리 10%포인트 차이는 170만 원 차이로 돌아옵니다
저신용중고차 할부에서 진짜 무서운 건 차값보다 금리입니다. 1,000만 원을 36개월로 빌린다고 가정해볼게요. 연 8%라면 월 납입액은 대략 31만 원대, 총 이자는 약 128만 원 수준입니다. 그런데 연 18%가 되면 월 납입액은 약 36만 원대, 총 이자는 약 301만 원까지 올라갑니다. 같은 차를 사도 이자만 170만 원 넘게 차이 납니다.
현재 대부업법 시행령 기준으로 대부업 관련 최고금리는 연 20% 수준입니다. 그래서 연 18~19%대 견적을 받았다면 승인됐다는 말에 안심하기보다 법정 상한에 가까운 비용을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봐야 합니다. 여신금융협회 비교공시에서는 자동차 할부금융 조건을 회사별로 볼 수 있으니, 딜러가 준 견적 하나만 보고 바로 서명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승인 가능보다 중요한 것
저신용자에게는 ‘승인 가능’이라는 말이 크게 들립니다. 저도 상담하다 보면 이 문장 하나 때문에 평소보다 비싼 선택을 하는 분들을 꽤 봤습니다. 그런데 가계부 입장에서는 승인 여부보다 상환 가능 여부가 먼저입니다. 금융회사가 승인해줬다고 해서 내 생활비까지 책임져주지는 않습니다.
3. 계약서에서 꼭 봐야 할 숫자 5개
저신용중고차 계약 전에는 말로 들은 조건과 계약서 숫자가 같은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중고차 할부는 딜러, 제휴점, 금융회사, 보험 안내가 한 번에 섞여 들리기 쉬워요. 그럴수록 종이에 적힌 숫자만 믿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차량 가격: 이전비와 성능보험료가 포함된 금액인지 확인
- 대출 원금: 실제 차값보다 대출금이 커져 있지 않은지 확인
- 연 금리: 월 납입액만 보지 말고 연 금리와 총 이자 확인
- 중도상환수수료: 목돈이 생겼을 때 먼저 갚는 비용 확인
- 총 납입액: 원금, 이자, 부대비용을 합친 전체 금액 확인
예를 들어 차값이 900만 원인데 대출 원금이 1,080만 원으로 잡혀 있다면 왜 180만 원이 붙었는지 항목별로 봐야 합니다. 보험, 보증, 등록비, 수수료가 들어갔다고 해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 비용이면 멈춰야 합니다. 설명을 들어도 애매하면 당일 계약을 미루는 게 돈을 지키는 쪽에 가깝습니다.
4. 저신용일수록 차급을 낮추는 게 신용 회복에 빠릅니다
솔직히 차는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소비입니다. 700만 원짜리 경차를 보러 갔다가 1,200만 원짜리 준중형으로 올라가는 일이 흔합니다. 옵션도 한두 개씩 붙으면 금액이 부드럽게 올라갑니다. 그런데 저신용 상태에서는 차급을 낮추는 선택이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회복 속도 문제입니다.
월 할부금이 42만 원인 차와 28만 원인 차가 있다고 해볼게요. 차이는 14만 원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1년이면 168만 원입니다. 이 돈이면 자동차 보험료 일부를 현금으로 내거나, 비상금 통장에 넣어 갑작스러운 수리비를 버틸 수 있습니다. 연체를 막는 돈이 생기는 거죠.
저신용중고차를 고를 때는 3년 뒤 되팔 가격보다 3개월 뒤 내 통장 잔고를 먼저 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신용점수는 멋진 차를 탄다고 회복되지 않습니다. 연체 없이 꾸준히 갚고, 카드값과 통신비를 제때 내고, 불필요한 단기대출을 줄일 때 천천히 좋아집니다.
5. 사기 전보다 산 뒤 6개월이 더 중요합니다
차를 산 뒤 첫 6개월은 지출이 몰립니다. 보험료, 취득세, 블랙박스, 타이어, 엔진오일, 예상 못 한 수리비가 한꺼번에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 전에 최소 100만 원의 차량 비상금을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선수금을 조금 더 넣고 통장을 0원으로 만드는 것보다, 비상금을 남기고 낮은 차급을 고르는 편이 생활에는 더 안전합니다.
서민금융진흥원에는 정책서민금융 상품과 신용·부채관리 상담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이미 고금리 대출이 여러 개라면 차부터 사기보다 기존 빚 구조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차가 꼭 필요하다면 금융회사 2~3곳의 조건을 비교하고, 가족에게 보여줄 수 있을 만큼 계약 구조가 단순한 상품을 고르는 게 좋습니다.
제가 가계부에서 가장 싫어하는 숫자는 큰 지출이 아니라 이유를 모르는 지출입니다. 저신용중고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가 필요한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내 월급 안에서 할부금, 유지비, 비상금이 같이 굴러가는 구조인지 확인한 뒤 사야 오래 버팁니다. 차는 삶을 편하게 만들려고 사는 것이지, 매달 통장을 조마조마하게 만들려고 사는 물건은 아니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