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금액 정하기 전 꼭 계산해볼 5가지 숫자

얼마 전 가계부 모임에서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은행에서 4억까지 된다고 해서 안심했는데, 막상 이사하고 나니 매달이 너무 빡빡해졌어요.” 사실 주택담보대출금액은 ‘얼마까지 나오느냐’보다 ‘내 생활이 얼마까지 버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은행 한도는 담보와 소득을 보는 숫자이고, 우리 집 가계부는 식비, 관리비, 아이 학원비, 부모님 용돈, 자동차 보험료까지 같이 보는 숫자니까요.
저도 10년 넘게 가계부를 쓰면서 느낀 건, 집을 사는 순간보다 집을 산 뒤 3년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대출금은 매달 빠져나가고, 생활비는 생각보다 쉽게 줄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택담보대출금액을 정할 때는 집값만 보지 말고 매달 현금 흐름부터 차분히 봐야 합니다.
1. 은행 한도와 내 한도는 다르게 잡기
예를 들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금액이 3억 5천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해도, 그 금액이 우리 집에 맞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은행은 소득, 담보가치, 기존 대출, 규제 비율 등을 기준으로 한도를 계산합니다. 그런데 우리 집의 실제 지출 습관까지 세세하게 반영해주지는 않습니다.
월 소득이 세후 500만 원인 가정이 있다고 해볼게요. 현재 생활비가 320만 원, 보험과 통신비 등 고정비가 80만 원, 저축이 100만 원이라면 겉으로는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매달 160만 원으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기존 저축 100만 원이 사라지고도 60만 원을 더 줄여야 합니다.
이때 “외식 줄이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계부를 오래 써보면 외식비 60만 원을 꾸준히 줄이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한두 달은 가능해도 2년, 5년 유지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2. 월 상환액은 소득의 25~30% 안에서 먼저 보기
제가 현실적으로 권하는 기준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세후 월소득의 25~30% 안에서 먼저 계산하는 겁니다. 세후 500만 원이면 월 125만~150만 원 정도입니다. 맞벌이이고 소득이 안정적이며 비상금이 충분하다면 조금 더 여유를 볼 수 있지만, 외벌이거나 자영업처럼 소득 변동이 크다면 25% 쪽이 더 편합니다.
대출금 3억 원, 연 4%대 금리, 30년 원리금균등 상환을 가정하면 월 상환액은 대략 140만 원대가 됩니다. 여기에 관리비, 재산세, 수리비, 이사 후 가전 교체비까지 붙습니다. 집을 사기 전에는 대출 이자만 크게 보이지만, 실제 가계부에서는 집 관련 비용이 묶음으로 움직입니다.
- 세후 월소득 400만 원: 월 상환액 100만~120만 원 선부터 점검
- 세후 월소득 500만 원: 월 상환액 125만~150만 원 선부터 점검
- 세후 월소득 700만 원: 월 상환액 175만~210만 원 선부터 점검
물론 이 숫자는 법칙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부모님 지원, 보너스, 부업소득, 자녀 계획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최대한도에 맞추면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3. 주택담보대출금액은 금리 1%p 오른 상황도 같이 보기
대출 상담을 받을 때 현재 금리 기준 월 상환액만 보면 마음이 조금 느슨해집니다. 그런데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가도 체감은 꽤 큽니다. 특히 변동금리나 혼합형 금리를 고민한다면 반드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월 상환액이 140만 원인 대출이 금리 상승으로 155만~165만 원이 된다고 생각해보면, 매달 15만~25만 원이 추가로 나갑니다. 이 돈은 작은 금액처럼 보이지만 1년이면 180만~300만 원입니다. 자동차 보험료 한 번, 여름휴가 한 번, 아이 학원비 몇 달치가 흔들릴 수 있는 금액입니다.
저는 가계부에서 ‘금리 상승 칸’을 따로 만들어보는 걸 좋아합니다. 지금 월 상환액 옆에 금리 상승 시 월 상환액을 적고, 차액을 어느 지출에서 줄일 수 있는지 써보는 방식입니다. 줄일 곳이 안 보이면 대출금액을 낮추거나 집값 범위를 다시 보는 게 마음 편합니다.
4. 비상금 6개월치를 남긴 뒤 대출금액 계산하기
집을 살 때 현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해됩니다. 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이자가 줄어드니까요. 그런데 통장 잔고를 거의 비운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금액을 크게 안고 시작하면 작은 변수에도 흔들립니다.
냉장고 고장, 병원비, 이직 공백, 전세 보증금 반환 지연, 부모님 병원비 같은 일은 예고 없이 옵니다. 그래서 최소한 생활비 3개월치, 가능하면 6개월치 비상금은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월 생활비가 350만 원이면 3개월치는 1,050만 원, 6개월치는 2,100만 원입니다.
이 돈을 남기고 나니 부족해서 대출을 더 받아야 한다면, 그 추가 대출의 월 상환액까지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현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집을 사면 절약이 아니라 긴장으로 버티는 생활이 됩니다. 저는 그 방식이 오래가기 어렵다고 봅니다.
5. 실제 가계부로 3개월 예행연습하기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대출을 받기 전 3개월 동안 예상 원리금만큼 돈을 따로 빼보는 겁니다. 앞으로 월 상환액이 150만 원이라면, 지금 월세나 기존 주거비를 제외하고 추가로 필요한 차액을 적금처럼 묶어두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주거비가 70만 원이고 새 대출 상환액이 150만 원이라면 차액은 80만 원입니다. 3개월 동안 매달 80만 원을 없는 돈처럼 빼놓고 생활해보면 답이 꽤 선명해집니다. 식비가 바로 터지는지, 카드값이 밀리는지, 저축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지 보입니다.
이 예행연습에서 계속 마이너스가 난다면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숫자가 안 맞는 겁니다. 집값을 낮추거나, 대출금액을 줄이거나, 입주 시기를 늦추거나, 기존 지출 구조를 먼저 손봐야 합니다. 죄책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계산으로 조정할 문제입니다.
제가 쓰는 간단한 계산 순서
- 세후 월소득을 적는다
- 최근 6개월 평균 생활비를 계산한다
- 고정비와 연간비용의 월평균을 더한다
- 비상금 3~6개월치를 남긴다
- 남는 금액 안에서 감당 가능한 월 상환액을 정한다
- 그 월 상환액에 맞춰 주택담보대출금액을 역산한다
주택담보대출금액은 크게 받을수록 좋은 숫자가 아닙니다. 내 생활을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정교하게 맞춰야 하는 숫자에 가깝습니다. 집은 안정감을 주려고 사는 건데, 매달 카드값과 대출일에 쫓기면 그 안정감이 많이 흐려집니다. 저는 대출 한도를 보기 전에 가계부 6개월치를 먼저 펴보는 쪽을 더 믿습니다. 거기에는 은행 서류에 안 나오는 우리 집 생활의 진짜 체력이 들어 있으니까요.
